"서울 청약 살아나나"…은평구 새 아파트에 1만2000명 청약

입력 2023-05-17 06:36
수정 2023-05-17 06:52

서울 은평구 신사동에 들어서는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이틀간 1만2000명이 넘는 청약자들이 몰렸다. 올해 들어 전반적으로 서울 청약시장에 차츰 온기가 더해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규제를 완화한 이후 서울 청약 시장이 회복되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브랜드, 규모, 가격에 따라 옥석가리기가 심화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은평구 신사동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은 전날 121가구를 모집하는 1순위 청약을 진행한 결과 9550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78.92대 1을 기록했다.

가장 높은 경쟁률은 전용 59㎡에서 나왔다. 전용 59㎡T는 1가구 모집에 358명이 몰리면서 358대 1의 경쟁률이 나왔다. 이 면적대는 복층이 있는 곳이다. 이어 전용 59㎡도 20가구 모집에 2976명이 몰리면서 148.8대 1의 세 자릿수 경쟁률이 나왔다. 전용 76㎡, 전용 84㎡A·B·C·T 등 다른 7개 면적대도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해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앞서 91가구(기관 추천분 제외)를 모집한 특별공급에도 3093명이 몰리면서 33.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단지를 분양받기 위해 이틀간 몰린 실수요자들만 1만2000명이 넘는다.


청약자들이 몰린 이유는 분양가 때문이다. 이 단지 전용면적별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59㎡ 6억7890만~7억1560만원 △76㎡ 7억8830만원 △84㎡ 8억6430만~9억9340만원이다. 복층이 있는 T타입을 제외하면 전용 84㎡ 기준 8억원 후반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분양가가 치솟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서울에서 직전에 분양한 강북구 미아동 '엘리프 미아역' 전용 84㎡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11억4000만원이었다.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에서 분양한 '광명자이더샵포레나' 전용 84㎡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9억8000만~10억4500만원,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 역시 전용 84㎡ 기준 10억6000만~12억3500만원 수준이었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최근 공사비 인상, 자잿값 상승 등으로 분양가가 전반적으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서울임에도 경기도보다 낮은 분양가가 청약자들에게 매력 포인트로 작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 서울 청약 시장 분위기는 다시 살아나고 있다. 영등포구 양평동 '영등포자이디그니티'는 평균 경쟁률 198.8 대 1을,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자이디센시아'도 51.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들 단지 모두 예비당첨자 추첨에서 계약이 이뤄지면서 무순위 청약은 진행되지 않았다.

서울 청약시장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올해 초 정부가 내놓은 규제 완화책 때문이다.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자치구가 규제지역에서 해제됐고 전매 제한 기간도 대폭 완화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서울은 항상 수요가 많은 곳이었는데 그간 규제 때문에 접근하지 못했던 예비 청약자들이 많았다"며 "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실수요자들은 물론 투자 수요까지 겹치면서 서울 청약 시장 분위기가 바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등 거래가 이어지고 있는 점도 청약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시장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살아난 것은 사실이지만 '옥석 가리기'는 심해지고 있단 평가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집값이 폭등하던 시기엔 서울의 경우 이른바 '나홀로 아파트'까지 예비 청약자가 몰리고 계약이 됐지만, 최근엔 브랜드, 규모, 가격 등에 따라 청약자들이 갈리고 있다"며 "특히 '가격'에 따라 성적이 좌우되는 곳이 더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에 따르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5월 서울 아파트 분양전망지수는 94.9로 지난해 11월(51.2) 최저를 기록한 후 크게 올랐다. 현재 기준선(100)에 근접한 것으로 분양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비율이 절반까지 늘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