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주요 주주가 보유 주식을 대량 매도할 때 사전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주요 주주의 갑작스러운 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을 막겠다는 취지다.
국회 정무위는 16일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를 열고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상장사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주요 주주가 발행 주식의 1% 이상을 매도할 경우 매매 90일 이전부터 최대 30일까지 대통령령으로 정한 기한에 한국거래소와 증권선물위원회에 사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 의원은 법안 제안 설명을 통해 “상장사의 대량 매도는 시장의 혼란과 투자자 피해를 야기하기 때문에 투자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주요 주주의 주식 매도에 원칙적으로 신고서 제출 의무 및 사전거래 계획서 제출을 요구한 미국 사례를 참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는 이날 회의에서 주요 주주의 매수와 매도를 모두 신고 대상으로 하기로 합의했다. 금융위원회는 주요 주주의 지분이 10% 이하인 대형 상장사도 공시 대상으로 지정하기 위해 시행령을 통해 일정 규모 이상의 거래를 포함할 것을 요청했다. 연기금 투자자는 신고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번 개정안 처리 배경에는 지난해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급락과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등 상장사 주요 주주들의 갑작스러운 매도로 인한 주가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있다. 여야 모두 법안 통과에 동의하면서 심사는 약 10분 만에 종료됐다. 소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이달로 예정된 정무위 전체회의에 상정된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를 거치면 국무회의를 거쳐 공표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법안이 여론을 고려해 신속하게 처리되는 과정에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행동주의 투자자와의 분쟁 등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요 주주의 신속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들을 옭아매는 규제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상장사협의회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주요 주주가 매도 제한 기간에 주가 변동의 위험을 부담하는 등 재산권 침해 우려가 있고, 매도 가능 기간에 집중적으로 매물이 나오면서 오히려 주가 급락 위험이 커진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