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그동안 논란거리였던 임대차 3법(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 개정을 포함한 전세 제도 전면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전세 사기 확산과 깡통전세 등 전세 제도의 부작용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원 장관은 16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세 제도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전세 제도 전면 개편에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하반기부터 전세 제도 개편 작업 속도”원 장관은 이날 “전세 제도의 부작용이 커지면서 전세보증금 에스크로 계좌(제3자 예치)와 거래소 도입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며 “단편적으로 문제가 생긴 부분을 하나씩 고치는 것보다 큰 틀에서 모든 방안을 종합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9월부터 국토연구원을 통해 ‘주택 임대차법 개선을 위한 연구 용역’을 추진 중이다. 용역 기간은 2024년 1월까지다. 국토부 내부적으로 전세 제도 개편을 위한 전문가·학계·시장의 의견을 검토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는 게 원 장관의 생각이다.
원 장관은 임대차 3법 폐지까지 고려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꼭 폐지라는 답만이 아니라 전세 제도 자체를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전·월세 전환율이나 임대차 가격(전·월세상한제), 기간(계약갱신청구권)을 꿰맞추는 억지성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보증금이라는 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임대·매매 가격에 대한 투명한 공개와 관리 시스템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등이 맞물려야 한다”며 “임대차 3법이라는 아주 복잡한 문제를 회초리 하나 들고 강요하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월세 신고제는 2024년 5월 말까지로 1년 연장한다고 했다. 원 장관은 “신고제 취지는 과태료 부과가 아니라 임대차 신고를 통한 투명한 거래 관행 확립”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경착륙 우려, 일단 해소”연초 불거진 부동산 시장 경착륙 우려는 일단 해소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원 장관은 “부동산 가격 자체가 당장 상승 반전할 것이란 전망은 시기상조”라면서도 “3~4개월 내 부동산 시장 충격으로 인한 금융사의 연쇄 위기와 건설사의 유동성 경색 등이 발생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확산한 미분양 리스크도 한층 완화된 것으로 판단했다. 원 장관은 “국내외 거시경제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미분양 리스크는 예측 관리가 가능한 단계”라며 “미분양 해소를 위한 정부의 임의적인 개입은 없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