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손자 전우원 씨가 국립5·18민주묘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대학살의 현장,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주범은 누구도 아닌 저의 할아버지 전두환 씨라고 생각합니다.” 곧장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뒤늦은 사과를 환영하는 입장부터 ‘1980년 5월 18일에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이 뭘 아느냐’, ‘사죄는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다’는 지적까지….
최근 <전두환의 마지막 33년>을 출간한 정아은 작가(사진)는 16일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대리 사죄는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에 일정 부분 동의한다”면서도 “전씨의 사과, 새로운 증거와 증언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광주 진상규명과 단죄에 관한) 새로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어요.”
이 책은 소설가가 썼지만, 인간 전두환의 대통령직 퇴임 이후 33년간의 생애를 다룬 논픽션이다. 전 전 대통령을 악마처럼 몰아붙이거나 영웅으로 미화하지 않는다. 그의 영광과 모순, 몰락, 그리고 대한민국 현대사를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시민 학살의 책임자이면서 다정한 가장이었던 복잡한 인물을 바라본다.
책은 묻는다. “전두환 사후에 대한민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 작가는 기자간담회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의사결정 과정, 사상자 규모 등) 진상규명입니다. 나와 관련된 가장 첨예한 역사, 근현대사도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