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라덕연 막는다'…이복현 금감원장, 집중단속반 설치 지시

입력 2023-05-16 16:59
수정 2023-05-16 17:14


금융감독원이 ‘주식 리딩방’ 등 유사투자자문업자를 단속하는 전담 조직을 꾸린다. 한국거래소는 연내 시장감시 시스템을 대폭 개선할 예정이다. 지난달 말 대규모 하한가 사태 이후 금융감독당국이 자본시장 감시 강도를 일제히 올리는 분위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6일 임원회의에서 금감원 내 유사투자자문업자 등 불법행위를 전담하는 단속반을 설치할 것을 주문했다. 단속반을 통해 집중 신고기간 동안 불법행위 단서를 적극 수집하고, 암행·일제점검 등을 벌여 불법 혐의업체를 찾아내겠다는 구상이다.

유사투자자문업은 SNS나 방송 등을 통해 투자 조언을 하고 대가를 받는 사업을 뜻한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에 등록된 유사투자자문업자는 이달 기준 2142곳이다. 2019년 280건이던 등록신고 건수는 2020년 387건, 2021년 335건, 2022년 459건으로 늘었다. 전문성이나 최소 자본금 등을 증명하지 않아도 신고만으로 등록할 수 있는 등 진입장벽이 낮아 매년 수백곳이 새로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원장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지자 이같은 추세에 편승하는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이 늘고 있다"며 "고수익 등을 미끼로 SNS, 유튜브 등을 통해 투자자들을 유인하거나 불공정거래를 일삼는 등 폐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불법행위는 직접적인 국민 재산 피해를 유발하고 금융시장 근간을 해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해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속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금감원 조직 개편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원장은 이날 금감원 임원들에게 시장정보 수집·분석을 강화할 방안과 인력 확충안을 검토하라고 당부했다. 불공정거래 조사 관련 조직·기능은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한국거래소는 올 하반기 중 새로운 시장 감시 시스템을 들이고 과거 거래 내역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시세조종 포착 기간을 기존 100일 이내에서 반기·연 단위로 확대한다. 기존엔 100일간 주가가 90% 이상 상승한 경우를 이상 거래로 봤지만 앞으로는 장기간 시세 조종 행위까지 적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세 조종 혐의 집단을 분류하는 기준도 넓힌다. 지금까지는 거래 발생 지역이 유사한 경우를 주로 봤지만 앞으로는 매매 패턴이 비슷한 경우에도 주가 조작 일당일 가능성을 따지기로 했다. 지난달 말 하한가 사태 관련 주가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라덕연 H투자컨설팅업체 전 대표 등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비슷한 거래를 하는 식으로 감시망을 벗어났다.

시장 교란 행위를 한 차액결제거래(CFD) 계좌 정보를 축적해 조사에 활용하는 방법도 추진한다. 기존엔 투자자의 이름, 생년월일 등 기본 정보만 활용하고 CFD 계좌 정보는 집적하지 않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새로운 기법을 연내 시스템에 적용한 뒤 과거 약 10년간 데이터까지 살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달 말 하한가 사태는 기존 주가 조작과 달리 장기간에 걸쳐 매우 조금씩 가격을 띄우는 등 이전 사례와 다른 점이 많았다”며 “이런 사례도 모두 잡아 낼 수 있도록 그물망을 촘촘히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선한결/성상훈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