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중국인(조선족)의 실업급여 수급자가 전체 외국인 중 가장 많으며, 고용보험 납부자 대비 실업급여 수급자 비율도 전체 국가 중 최상위권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조선족 등에 해외 동포 비자(F-4) 자격 부여 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이들의 근로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족 실업급여 수급자 '최다'...수급률도 '최상위'21일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보험료를 납부한 전체 외국인 근로자 중 '한국계 중국인'의 비율은 33.5%였다.
하지만 전체 외국인 실업급여 수급자 1만2107명 중 조선족의 비중은 57.3%를 기록했다. 고용보험을 내는 납부자 비율에 비해 타 가는 수급자의 비율이 훨씬 높은 것이다. 정부는 조선족을 '한국계 외국인'으로 따로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조선족의 '고용보험 납부자' 대비 '실업급여 수급자' 비율도 타국 근로자에 비해 높았다.
지난해 기준 고용보험을 납부한 조선족 9만5105명 가운데 6938명이 실업급여를 수급해 7.2%를 기록했다. 2020년에는 10.8%, 2021년엔 9.9%로 최근 3년 평균은 9.3%다. 납부자 10명 중 1명꼴이다.
고용보험 납부자 2000명이 넘는 국가별로 '납부자 대비 실업급여 수급자' 비율을 따져보면 대만이 7.7%로 가장 높았고 조선족 7.2%, 일본 7.1%, 중국(조선족 제외) 6.8%, 미국 4.0% 순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E-9(비전문인력 비자)의 비율이 높은 나라 근로자들의 실업급여 수급 비율은 크게 낮았다. 조선족에 이어 외국인 근로자를 가장 많이 보낸 베트남은 지난해 고용보험 납부자 2만7489명 대비 수급자는 623명으로 2.2%를 기록했다. 송출 근로자 숫자 3위인 필리핀도 납부자 1만5380명 중 231명이 실업급여 받아 1.5%에 그쳤다.
주요 인력 송출국을 살펴보면 인도네시아 0.2%, 스리랑카 0.26%, 태국 0.9%, 우즈베키스탄 1.0% 네팔 0.12%로, 실업급여 수급자가 납부자 대비 100명 중 1명도 안 되는 나라가 대부분이었다.
절대적인 수급자 숫자도 조선족이 가장 많다. 지난해 외국 국적 실업급여 수급자 숫자만 따져 보면 한국계 중국인 6938명, 중국인 1506명, 베트남이 623명, 일본 329명, 미국 326명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에 대해 노동계 관계자는 "비전문인력(E-9)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들의 경우엔 3개월 이상 근로를 못 하면 추방된다"며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본국에 있는 가족들에 송금해야 하는 사정이라, 실업급여를 받는 비중이 현저히 낮다"고 설명했다. E-9 비자의 경우 실업급여 가입은 의무가 아닌 것도 낮은 수급률의 배경이다.
반면 조선족은 동포 비자(F-4)를 받을 경우 실업 상태와 관계없이 장기 체류가 가능하다. 실업급여를 수급하면서 쉴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서는 언어·문화적 장벽이 낮은 조선족 근로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조선족의 '3D 일자리 기피 현상'도 원인으로 지목한다. ◆늘어나는 외국인 실업급여 지급액
외국인에게 지출된 연간 실업 급여액도 상승세다. 2018년 289억원, 2019년 405억원이었던 지급액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에는 1008억8400만원 기록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21년에도 1003억6200만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경기가 다소 회복되면서 1만2107명에 총 762억원이 지급됐다.
외국인 실업급여 수급자 숫자도 2018년 6624명→2019년 7967명→ 2020년 1만5371명으로 급증했다. 2021년에도 1만5436명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만2107명으로 나타났다.
1인당 수급액도 적은 편은 아니다. 지난해 629만 7000원으로 한국인 1인당 평균 지급액 669만 1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게다가 수급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계 중국인들의 고령화 현상이 가중되면서, 실업급여 지급액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부족한 일자리를 채울 수 있는 '실질 노동력'을 들여온다는 외국인력 도입 확대의 취지를 감안하면, 외국인 실업급여 제도의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반면 실업급여 수급률이 지나치게 낮은 국가의 근로자들은 혹시 권리 보호의 사각지대에 처해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점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OECD도 고개 저은 한국 실업급여조선족만 비난할 문제일까. 한국의 실업급여 제도가 문제라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인의 경우 지난해 고용보험 가입자 1664만1000명 대비 구직급여 수급자는 161만9000명으로 9.7% 수준이다. 조선족보다 되레 더 높다.
지급액은 10조 834억원으로 3년 연속 10조원을 돌파했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계약직이나 단기 근로자의 비중이 높은 탓에 수급자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풀타임 근로자 위주인 외국인들과 절대 비교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물론 사회안전망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수급률을 반드시 낮추는 게 능사는 아니다. 하지만 실업급여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실업급여 수급자가 최저임금 일자리로 취업할 경우, 사회보험료 및 소득세로 인해 세후 소득이 오히려 (실업급여 보다) 더 적다”고 지적한 바 있다.
고용보험 기금의 재정도 심각하다. 수입·지출 제외하고 남은 적립금은 지난해 5조1835억원에 그쳤다. 고용보험기금의 정부 차입금은 최근 3년간 10조3049억원에 달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