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곳곳이 이른 폭염으로 몸살 중이다. 본격 여름철이 아닌데도 역대 최고 기록이 경신되는등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날 미국 북서부 태평양 지역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기온이 관측됐다. 워싱턴주 시애틀에서는 4곳에서 역대 5월 14일 기준 최고 기온을 기록했으며 특히 퀼라유트 지역은 32도에 달해 기존 최고 기온(1975년 26.7도)을 큰 수치로 뛰어올랐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시는 전날 낮 최고 기온이 33.9도까지 올라 역대 최고 기온인 1973년의 33.3도를 넘었다. 폭염은 16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 기상청(NWS)은 앞서 "14일 태평양 연안 지역의 기록적인 폭염을 포함해 미 서부 전역에서 예년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기온이 예상된다"며 시애틀·포틀랜드를 포함한 워싱턴주와 오리건주 서부에 폭염 주의보를 내놓았다.
NYT는 "폭염 현상을 기후 변화와 연관 짓기 위해서는 분석이 필요하지만 과학자들은 폭염이 더 길고 빈번해지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지난 15일 중국 기후 당국은 주요 도시에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중국 대륙에서 온화한 날씨로 유명한 남서부 윈난성에서도 최근 40도가 넘는 불볕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CCTV에 따르면 윈난성 성도 쿤밍의 강우량이 8㎜로 나타나 기록이 시작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농업 분애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도 13일 최고 기온이 37도까지 치솟아 40년 만에 최고 기온을 기록했으며 태국은 지난달 푸껫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열지수가 50도를 넘어섰다. 북서부 탁 지역은 지난달 14일 최고 45.4도를 기록해 태국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 태국 각지 체감 온도는 50도를 뛰어넘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스페인에서는 4월 역대 가장 덥고 건조한 날씨를 기록하는 등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지난 11일 내각 회의에서 20억 유로(2조9100억원) 규모의 가뭄 비상조치를 승인했다. 북아프리카의 모로코, 알제리에서도 지난달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다국적 기후 연구단체인 세계기상특성(WWA)은 최근 "스페인·포르투갈·모로코·알제리 4개국에서 지난달 26∼28일 36.9∼41도에 이르는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이정도의 폭염은 4만년에 한번 일어나는 일"이라고 전했다.
올 하반기 엘니뇨(동태평양 적도 부근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하는 현상)의 영향으로 극단적인 기후가 더 잦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올해 말 엘니뇨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무더위가 극심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