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신데렐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우 김서형과 직진 구애와 격정 로맨스, 그리고 배신까지 10회 동안 쉴 틈 없이 변화하는 캐릭터를 소화하며 배우 이시우는 단숨에 연기력과 가능성을 고루 갖춘 주목받는 신예로 등극했다.
지난 9일 종영한 ENA 월화드라마 '종이달'은 숨 막히는 일상을 살던 여자가 은행 VIP 고객의 돈을 횡령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드라마다. 주인공 유이화 역이 김서형이 발탁됐고, 방영 전 제6회 칸 드라마 페스티벌 비경쟁 부문 랑데부 섹션에 초청받으면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이시우가 연기한 윤민재는 유이화가 '횡령'이라는 범죄를 처음 저지르도록 한 인물. 탈세에 고리대금업까지 온갖 악독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외할아버지 박병식(장항선 분)과 달리 그의 경제적인 지원을 받지 않고 군 전역 후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는 영화감독 지망생이었다. 졸업 작품 촬영 중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고로 병원비를 빌리기 위해 박병식을 찾아가지만, 폭언과 수모를 당하고, 이 모습을 목격한 유이화가 "정말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것"이라며 박병식의 차명 자산을 빼돌리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시작된다.
대선배인 김서형과 베드신 등 농도 짙은 로맨스 장면뿐 아니라 다채로운 감정 변화를 선보여야 한다는 점에서 윤민재라는 인물은 결코 쉽지 않은 캐릭터였지만, 이시우는 이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의 몰입도를 이끌었다는 평을 받았다. 방송가에서 "괜찮은 남자 신인이 나타났다"는 반응이 터져 나온 이유다.
이시우는 "이렇게 큰 역할은 처음이었다"면서도 "극의 크기, 역할과 상관없이 잘해야 하고, 잘하고 싶으니까 부담감은 느꼈지만 '욕심내지 말자'는 다짐을 스스로 하면서 촬영에 임했다"고 전했다.
"하늘 같은 선배님들이랑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게, 부담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그런 선배님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잘만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욕심내지 않으려 했죠. 제가 욕심낸다고 선배님들보다 연기를 더 잘하는 것도 아니고요.(웃음) 저에게 주시는 에너지, 자극에 잘 반응하자고 목표를 삼았어요."
1999년생인 이시우와 1973년생인 김서형의 나이 차이도 '종이달' 방영 내내 화제가 됐다. 26세라는 나이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설득력 있게 로맨스를 그려낸 부분에 찬사가 이어졌지만 "김서형 선배님이 강렬한 이미지를 갖고 계신 데, 실제로는 소녀 같아서 긴장과 부담이 덜어졌다"면서 "선배님과 연기하면서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김서형이 "일단 움직여봐라"라고 말해준 조언을 언급하면서 "앞으로 연기하면서도 적용하려 한다"고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제가 아무래도 신인이고, 연기가 생각대로 안 풀릴 때도 있었어요. 그때 그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머리로도 생각해야 하지만, 연기하는 그 순간에는 움직여야 하니까요. 자유롭지 못하다고 느껴질 때, 그럴 때 움직이면서 연기를 했죠.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극 중 유이화를 향한 거침없는 직진 로맨스로 '누나'들의 여심을 흔들었던 이시우에게 "실제로 연상과 연애 경험이 많냐"고 묻자 "전혀 없다"면서 웃음을 보였다. 이시우는 "인기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며 "이런 반응도, 관심도 처음이다. 매력있는 역할을 만나 이렇게 된 거 같다"고 말했다.
특히 성공 이후 변심하는 윤민재와 달리 "연애할 땐 '헌신'하는 하는 스타일"이라며 거리를 둬 웃음을 자아냈다.
"윤민재는 결과적으로 '나쁜놈'이었던 거 같아요. 인간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결국은 미성숙했고요. 그래서 이화의 성숙한 모습에 끌렸던 거 같아요. 이화를 통해 처음 경험한 것들, 그 순간을 모두 '사랑'이라고 느꼈던 거죠."
경제적인 능력이 없으면서 룸서비스만 700만원어치를 시키고, 이화의 투자 덕분에 영화도 만들고 안락한 삶을 영위하지만, 민재는 성공 이후 이화를 외면하고 거리를 둔다. 이시우는 "제가 연기하는 인물이다보니 처음에는 '왜 이렇게 욕을 하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욕먹을 만 하네' 싶더라"라며 "'할아버지가 보는 눈이 있었네'라는 댓글을 보며 많이 웃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종이달'을 통해 가장 기분 좋았던 칭찬으로 "신선하다"를 꼽으면서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의미 있는 행보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이전엔 오디션을 보러 가면 '어떤 역할이었냐?'고 물어보셨는데, 이제는 '종이달'을 먼저 언급해주시는 게 신기하고 감사하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노래에도 욕심이 있거든요. 훗날 제 작품에 OST도 불러보고 싶고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