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총선에서 진보 진영의 피타 림짜른랏 대표(42)가 이끄는 전진당(MFP)이 기존 야권 강자였던 프아타이당을 누르고 제1 야당 자리를 가져갔다. 이번 정치권 지각변동엔 2014년 쿠데타 이후 장기 집권해온 군부정권에 저항하는 민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15일 태국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태국 총선에서 전진당은 개표율 99% 기준(비공식 개표 결과) 하원 500석 중 151석(비례대표 및 지역구)을 차지했다. 선관위는 총선 후 60일 이내에 공식 선거 결과를 발표한다.
왕실 모독죄 폐지 등 개혁적인 공약을 내세워 전진당 돌풍을 일으킨 주역은 피타 대표다. 기업가 출신인 피타 대표는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정책학 석사,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친 엘리트 정치인이다. 20·30대 지지율이 특히 높으며 총리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인 패통탄 친나왓이 총리 후보로 나선 프아타이당은 141석을 차지하며 전진당의 뒤를 이었다. 그동안 태국 야권의 맹주였던 탁신계 정당이 제1 야당 자리를 놓친 것은 2001년 후 처음이다. 이어 아누틴 찬위라꾼 부총리 겸 보건장관이 이끄는 야당 품차이타이당이 71석을 얻었다.
군부정권 측인 여당 팔랑쁘라차랏당(PPRP)과 루엄타이쌍찻당(RTSC)은 각각 40석, 36석을 얻는 데 그쳤다. 군부의 장기 집권에 지친 민심이 이번 총선에서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이다.
야권이 승리했지만 정권 교체까지는 큰 걸림돌이 남아 있다. 2017년 개정된 헌법에 따르면 총리 선출에는 하원의원 500명과 군부가 임명한 상원의원 250명이 참여한다. 상원의원 전원이 군부 편에 선다고 가정하면 야권은 하원에서만 376표를 얻어야 한다. 총선에서 3위를 차지한 품차이타이당이 전진당, 프아타이당과 연정을 이룰지가 관건이다. 이 당은 중도 성향이지만 2019년 대마초 비범죄화를 계기로 군부 중심의 현 연정에 참여했다. 품차이타이당이 야권 연정에 합류하더라도 친군부 의원을 추가로 끌어들여야 정권 교체에 필요한 표를 확보할 수 있다.
이날 전진당은 프아타이당을 비롯해 5개 군소정당과 연정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리 선출은 오는 7~8월께 이뤄질 예정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