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여행 플랫폼인 야놀자가 이스라엘의 여행 솔루션 기업인 고 글로벌 트래블(이하 GGT)를 인수한다. 북미·유럽을 중심으로 호텔 객실, 렌터카, 항공권 등 약 100만 개의 여행 아이템을 온오프라인 여행사에 공급하는 B2B 업체다.
야놀자는 15일 자회사인 야놀자클라우드를 통해 GGT 지분 100%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야놀자 관계자는 “인수 금액은 비공개”라면서 “인터파크 인수 금액(2940억원)보다 큰 규모로 창사 이래 최대”라고 말했다. 최근 인터파크 쇼핑 등을 큐텐에 매각하기로 하면서 2100억원의 실탄이 들어온다는 점도 이번 M&A(인수·합병)의 배경이다.
이로써 야놀자는 글로벌 B2B 여행 산업의 최대 강자로 부상하게 됐다. 2021년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에서 17억달러를 투자받은 야놀자는 B2B 시장을 공략하는데 주력해왔다.
2019년부터 인도 이지테크노시스를 비롯해 국내외 PMS(숙박관리시스템) 업체를 꾸준히 사들였다. PMS란 객실 예·관리, 체크인·아웃, 회계까지 통합적으로 관리해주는 솔루션이다. 야놀자는 오라클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글로벌 PMS 시장에 뛰어들어 업계 2위 자리에 올랐다.
이번 GGT 인수는 미국 직상장을 추진 중인 야놀자의 전략이 무엇인 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야놀자 관계자는 “PMS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GGT 같은 여행 아이템 공급(travel distribution)까지 함께 하는 업체는 야놀자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2000년 설립된 GGT 같은 여행 아이템 공급사는 호텔·리조트, 차량 렌트사, 항공사 등과 익스피디아닷컴 같은 OTA(온라인여행대행사)를 연결해주는 ‘채널’이다. GGT 외에 웹젯, 웹베드 등이 유명하다. 웹젯은 호주 상장사로 시가총액이 약 3조원에 달한다.
GGT 인수를 통해 야놀자는 전세계를 아우르는 객실 등 여행 아이템의 유통 회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PMS 시장에 진출하면서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권에서 호텔 객실을 확보한데 이어 이GGT를 통해선 그동안 약점으로 꼽혔던 북미, 유럽으로도 영역을 확장하게 된 것이다.
최찬석 야놀자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한국의 숙박 시설을 비롯해 K콘텐츠를 담은 다양한 여행 상품을 GGT의 유통망을 통해 해외 온오프라인 여행사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며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해외 관광객들이 K관광 상품을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인바운드 여행객에 특화된 야놀자의 이 같은 장점 덕분에 한국관광공사는 야놀자의 해외 투자 유치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최근엔 아랍에미레이트의 국부펀드와 야놀자 미팅을 주선하기도 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