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큰손 된 한국…경복궁 근정전서 구찌 패션쇼 열린다 [오정민의 유통한입]

입력 2023-05-16 07:00
수정 2023-05-16 08:54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가 16일 한국에서 여는 첫 번째 패션쇼를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펼친다. 아시아 지역 첫 번째 크루즈 패션쇼인 이번 패션쇼는 당초 지난해 11월 개최 예정이던 패션쇼가 불발되면서 구찌가 심기일전해 선보이는 행사다. 온라인에선 행사 개최를 앞두고 초대객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초대장 인증샷이 화제다. 구찌, 25년 만에 첫 번째 패션쇼 연다…초대장 단청무늬 보자기로 감싸
구찌는 1998년 국내 첫 플래그십 부티크를 선보인 지 25년 만에 첫 번재 패션쇼를 한국에서 선보인다.

구찌에 따르면 브랜드는 이날 오후 8시 경복궁 근정전 앞에서 '2024 크루즈 패션쇼'를 진행한다. 구찌는 당초 지난해 11월 같은 장소에서 패션쇼를 개최 예정이었으나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면서 행사가 무산됐고, 크루즈쇼를 재추진했다.


근정전 인근에서 패션쇼가 개최되는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쇼는 근정전 앞마당을 주 무대로 하되 모델이 걷는 런웨이는 행각을 활용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경복궁의 중심 건물인 근정전은 조선시대 왕실이 의식을 거행하고 외국 사신을 맞는 행사가 열린 곳이다.

마르코 비자리 구찌 글로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과거를 기념하고 미래의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곳에서 2024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일 수 있어 영광"이라며 "세계적 건축물인 경복궁을 통해, 한국 문화 및 이를 가꿔 온 한국 국민들과 연결되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찌는 과거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 이탈리아 피렌체 피티 궁전의 팔라틴 갤러리, 로마 카피톨리니 박물관 등 각국 랜드마크 건축물에서 패션쇼를 연 바 있다.

구찌는 앞서 무산된 행사부터 꾸준히 패션쇼를 열 장소로 경복궁을 지목하고, 개최에 공을 들였다. 지난해부터 문화재청과 협의해 향후 3년 간 경복궁의 보존 관리 및 활용을 위한 후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선 인플루언서 등 다양한 초대객이 SNS에 올린 초대장 인증샷이 화제다. 구찌는 단청 무늬 보자기와 노리개로 패션쇼 초대장과 선물을 포장해 손님에게 보냈다. 작년 에루샤 매출만 4조 육박…명품 큰손 된 한국
구찌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이 패션쇼를 연지 약 2주일 만에 패션쇼를 개최한다. 이는 한국이 명품 시장 규모와 영향력 측면에서 입지가 커졌음을 방증하는 사례란 평가다.

주요 명품 브랜드는 최근 국내에서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모두 지난해 두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해 합산 매출이 4조원에 육박한다.

매출 규모가 가장 큰 루이비통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1조6923억원으로 전년(1조4680억원)보다 15.3%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폭은 한층 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177억원으로 38.4% 늘었고, 순이익은 68.9% 뛴 3800억원을 기록했다.

샤넬코리아의 경우 매출이 1조5000억원을 넘어서며 루이비통을 바짝 추격했다. 영업이익 증가율도 60%에 달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0%, 65.9% 늘어난 1조5913억원, 4129억원으로 집계됐다. 에르메스코리아도 지난해 매출과 이익이 20%대 성장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3%, 23.5% 늘어난 6502억원, 2105억원에 달했다.

이번에 패션쇼를 여는 구찌코리아의 경우 감사 의무가 없는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해 실적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선 구찌 역시 고성장세를 이어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체 명품시장은 세계 7위 규모에 달한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유로모니터가 집계한 지난해 한국의 명품시장은 전년보다 4.4% 성장한 141억6500만달러(약 18조6057억원) 규모다. 1인당 명품 소비액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분석한 지난해 한국의 1인당 명품 소비액은 325달러(약 42만원)로 미국(280달러)과 중국(55달러)을 훌쩍 웃돌았다.


또한 K컬쳐의 부흥과 함께 영향력 측면에서 입지가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다수 명품 브랜드가 K팝 스타를 명품의 앰버서더(홍보대사)로 내세웠다. 일례로 이번에 패션쇼를 여는 구찌의 경우 그룹 엑소의 카이와 가수 아이유, 배우 신민아, 그룹 뉴진스의 하니를 앰버서더로 기용했다. 특히 지난해 7월 데뷔한 걸그룹 뉴진스의 경우 1년도 채 되지 않아 멤버 전원이 해외 패션 브랜드의 얼굴을 꿰찼다. 멤버 하니는 구찌와 조르지오 아르마니 뷰티, 혜인은 루이비통, 다니엘은 버버리와 생로랑 뷰티, 민지는 샤넬 뷰티·패션·시계&주얼리, 해린은 디올 주얼리·패션·뷰티의 모델로 활동하게 됐다.

이는 K팝스타가 ‘패피(패션피플)’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어느때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올해 1월 CNN은 패션위크에서 주목받는 K팝스타를 조명하고 명품 브랜드의 K팝 스타 앰버서더 기용 요인으로 국내뿐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 시장 공략을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CNN은 "미국과 유럽(시장)의 성장이 급격히 둔화될 전망인 만큼 올해도 (명품 브랜드들이) 아시아 소비자들과 이들에게 소구 가능성이 높은 (K팝) 스타들에게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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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