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자진 탈당했다. 수십억원대 암호화폐 거래 의혹이 불거진 지 9일 만이다. 김 의원의 탈당으로 민주당 차원의 진상조사와 징계 절차가 모두 중단되면서 ‘면피용 탈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내에서도 “자정 능력이 없는 정당”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 의원은 이날 “무소속 의원으로 부당한 정치 공세에 맞서 진실을 밝혀내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암호화폐 투자금 출처, 공직자 이해 상충 문제, 상임위원회 중 코인 매매 등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에는 침묵한 채 민주당 당원을 향해서만 “너무나 송구하다”고 했다.
김 의원이 탈당하면서 민주당 자체 진상조사와 긴급 윤리감찰은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암호화폐 투자 논란이 확산하면서 민주당이 지난 11일 조직한 진상조사단의 활동은 멈춰 서게 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긴급 지시한 윤리감찰도 이틀 만에 무산될 상황이다. 탈당으로 징계를 피한 김 의원이 비판 여론이 가라앉는 대로 복당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김 의원의 탈당을 막을 길이 없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 김 의원의 자진 탈당이 징계와 당 전반으로의 리스크 확산을 막기 위한 ‘꼬리 자르기 탈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비(非)이재명계 중진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김 의원의 탈당은 당 징계를 무력화하는 것”이라며 “반성 없는 자진 탈당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사법 비리 의혹으로 탈당하는 상황에서 (김 의원이) 개선장군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