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00억엔(약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일본에 연구개발(R&D) 전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 수준인 일본 소재·장비 업체와의 공동 R&D를 통해 반도체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4일 “삼성전자가 300억엔을 투자해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 반도체 개발 거점을 신설한다”고 보도했다. 2025년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R&D 전용 반도체 생신라인을 조성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을 짓는 만큼 삼성전자는 일본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삼성전자가 일본 정부에 반도체 시설 건설 보조금을 신청했고 100억엔(약 1000억원)을 초과하는 수준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일본에서 R&D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도쿄일렉트론 등 세계 최정상급 기술력을 갖춘 일본 반도체 소재·장비 업체와의 협업을 강화해 반도체 생산 기술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평가된다. 올해 초에는 일본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연구조직인 ‘DSRJ(디바이스 솔루션 리서치 재팬)’를 설립하고 일본 주요 거점에 흩어져 있던 반도체 연구시설을 삼성 요코하마 연구소로 통합했다. 삼성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대해 “일본 법인의 R&D 조직 재정비는 과거부터 추진해온 사안”이라며 “투자와 관련해선 결정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양국 간 반도체 협력이 강화될지도 관심사로 꼽힌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7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강점을 지닌 반도체 제조와 일본이 경쟁력을 보유한 소재·부품·장비를 합쳐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작년 8월에는 도요타 등 일본 대표 기업 여덟 곳이 출자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를 설립했다.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를 통해 2027년 2㎚(나노미터, 1㎚=10억분의 1m) 공정에서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도쿄=정영효 특파원/황정수 기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