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내년 베트남 하노이에 건강검진센터를 설립한다. 의료 환경이 열악한 베트남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원격의료 서비스 사업에도 뛰어든다.
KT는 내년 상반기 하노이에 하루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건강검진센터를 짓겠다고 14일 발표했다. 임승혁 KT 헬스케어사업단장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해외 건강검진 사업에 뛰어드는 첫 사례”라며 “통신 데이터와 AI 기술을 의료 분야에 적용해 비(非)통신 신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검진센터는 하노이에 있는 빌딩 중 3300㎡ 규모 1개 층을 빌려 운영하기로 했다.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의료기기 대여, 인건비 등을 포함해 내년까지 초기 사업비로 수십억원을 투입한다. 서울에서 건강검진센터 두 곳을 운영하는 하나로의료재단이 의료 관련 컨설팅을 제공한다.
KT는 하노이 인구 900만 명 중 상위 10% 고소득층 90만 명을 주요 소비층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협력사 직원 등 현지에 나가 있는 재외 한국인 7만 명도 주요 고객군으로 꼽힌다. 베트남 의료 환경은 국내에 비해 한참 뒤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서 건강검진을 제공하는 병원 76곳 중 종합검진이 가능한 곳은 8곳에 불과하다.
KT는 사업 첫해인 내년 검진 목표를 3만 명으로 정했다. 통상 건강검진 단가가 1인당 6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투자 비용을 빠르게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KT 측은 보고 있다.
업계에선 전통 의료기업이 아닌 KT가 이 시장에 뛰어든 것을 파격적인 시도로 보고 있다. 임 단장은 “고령화와 만성질환 환자 증가에 따라 진단과 치료 중심이던 의료 시장이 예방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데이터 주도로 맞춤형 의료를 제공하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베트남을 시작으로 국내외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1월 설립한 베트남 의료법인 KT 헬스케어 비나를 통해 이날 암·만성질환 환자 비대면 케어 시범 서비스에 들어갔다. 베트남국립암센터, 하노이의대병원과 협력해 위암 수술환자 100명, 당뇨 환자 240명을 시범사업 대상으로 정했다. 이들에게 건강관리 앱 ‘닥터어라운드’를 활용해 원격 진료와 AI 진단, 건강관리 서비스를 지원한다.
KT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인하대병원 등과도 협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