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 국민연금이 최근 실적 및 업황 개선 기대가 커지는 종목의 지분을 늘리고 있다. 기계 철강 원전 정보기술(IT) 종목이 대표적이다. 소비 둔화에 민감한 백화점, 주류 등의 업종 지분은 축소하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 3월 말 이후 30개 종목의 지분율을 조정했다. 비중을 확대한 종목은 21개, 비중을 줄인 종목은 9개였다.
국민연금이 비중을 늘린 종목은 철강 원전 조선 기계 등 중공업 관련 업종이 다수였다. 깜짝 실적을 기록한 종목이 몰려 있는 업종이다.
국민연금은 세아베스틸지주 비중을 작년 8월 5.02%에서 지난달 25일 6.1%로 확대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5월 5.53%에서 지난달 25일 6.55%로 비중을 높였다. 세아베스틸지주는 중국 철강 수요가 늘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인 443억원을 크게 웃돈 716억원을 기록했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자회사 두산밥캣의 실적 호조로 시장 전망을 98% 초과한 3646억원의 1분기 영업이익을 올렸다.
대우조선해양과 HD현대인프라코어는 기존 대비 각각 1.01%포인트, 0.80%포인트 높인 6.04%, 10.19%로 지분율을 확대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북미 건설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5.5% 늘어난 1526억원을 기록했다. 대우조선해양은 2분기 흑자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업황 개선이 기대되는 IT주도 비중을 높였다. 국민연금은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 지분율을 기존 대비 각각 1.09%포인트, 0.39%포인트 늘려 10.13%, 5.41%로 확대했다. 반도체 소재 업체인 원익QnC 지분도 1.01%포인트 추가해 7.55%로 늘렸다.
비중 확대 폭이 가장 큰 종목은 한국카본이다. 비중을 1.38% 확대해 6.56%로 늘렸다. 보유 목적은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지난달 21일 한국카본 화재사태 이후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기 위한 방침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은 소비 둔화로 실적 감소가 예상되는 종목은 비중을 덜어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1월 8.03%에서 지난달 4일 6.93%로 비중을 축소했다. 하이트진로 지분율은 작년 9월 6.72%에서 지난달 28일 5.7%로 낮췄다. 가구·인테리어업체인 한샘은 올 3월 5.35%에서 5.32%로 비중을 소폭 줄였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는 제품 믹스 악화 등의 영향으로 1분기 역성장이 예상된다”고 했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샘은 온전한 실적 회복을 위해 부동산 거래량 정상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국민연금은 주가가 오른 종목은 차익 실현을 하며 비중을 조정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분은 작년 9월 10.13%에서 지난달 6일 9.12%로 덜어냈다. 삼성화재도 올 1월 7.71%에서 이달 3일 7.50%로 소폭 줄였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