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불똥'…빌라·오피스텔 '10회 유찰'도 속출 [심은지의 경매 인사이트]

입력 2023-05-14 17:11
수정 2023-05-15 00:23
부동산 규제 완화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경매시장에서 빌라와 오피스텔은 여전히 투자자에게 외면받고 있다. ‘역전세’와 ‘빌라 사기’ 등의 여파가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상대적으로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낮은 편인 아파트가 수십 대 1의 입찰 경쟁률을 나타내는 것과 대비된다.

14일 부동산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문정동 A빌라 전용면적 41㎡는 지난달 열두 차례의 유찰 끝에 감정가(3억1700만원)의 8.6%인 2750만원에 팔렸다. 선순위 임차인이 있어 보증금 1억9000만원을 모두 매수인이 인수해야 하는 조건이었지만 이를 감안해도 감정가에 못 미치는 가격이다.

이달 초 매각된 서울 금천구 시흥동 B오피스텔(전용 26㎡)도 11번 유찰된 후에야 새 주인을 찾았다. 이 오피스텔은 선순위 임차인의 보증금(1억5000만원)이 있었다. 낙찰가 1800만원(낙찰가율 8.9%)과 보증금을 더해도 감정가 2억100만원을 밑돈다.

반면 수도권 아파트 물건은 입찰 경쟁률이 수십 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다. 경기 화성시 병점동 C아파트 전용 84㎡는 지난달 26일 매각일에 40명이 몰렸다. 두 차례 유찰로 감정가(4억3800만원)의 반토막 수준으로 최저 입찰가(2억1400만원)가 낮아지자 저가 매수 수요가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낙찰가는 3억원대였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D아파트 전용 84㎡도 이달 초 낙찰가율의 71.3%인 6억7800여만원에 매각됐다. 두 차례 유찰로 최저입찰가가 4억6000만원대로 낮아지자 응찰자 45명이 나섰다.

빌라와 오피스텔이 외면받는 건 역전세와 전세 사기 영향이 크다. 역전세는 전셋값 하락으로 임대인이 세입자에게 받는 보증금으로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를 뜻한다. 빌라와 오피스텔은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세가율이 높고, 역전세 확률도 높은 편이다.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 물건이라면 경매 낙찰자가 현재 시세보다 높은 전셋값을 인수해야 하는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여러 차례 유찰된 빌라와 오피스텔은 대체로 역전세 물건이거나 전세 사기와 관련된 물건이 많다”며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 있으면 낙찰자가 보증금을 모두 돌려줘야 하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