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분야 AI 근본 변화 없인 '국방혁신 4.0'은 이상일 뿐"

입력 2023-05-14 17:22
수정 2023-05-1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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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욱 한국국방기술학회 이사장은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많은 이들이 AI를 활용하면 마치 미래전에서 ‘장밋빛 미래’를 그릴 수 있다지만 막상 현실은 괴리감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AI와 소프트웨어(SW)를 활용해 첨단 군대를 양성하겠다는 국방 4.0을 구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기존 정책과 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국방기술학회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국방혁신 4.0에서 내세운 AI 컨트롤타워 ‘국방 AI센터’의 연구용역을 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국회 국방위원회 보좌관, 방위사업청 기술기획과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의장 대통령) 자문위원 등을 거친 방산 정책 전문가다.

우선 박 이사장은 AI 분야에서 국방과 민간의 협력 사례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방기술진흥연구소에 따르면 국방전략기술의 AI 분야(지능형 전장인식·판단, 지능형 통합 지휘결심, 스마트 전력지원, 국방 AI플랫폼)에서 국내 민간 기술이 국방보다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이사장은 “다른 산업에서 AI가 효율성과 경제성을 혁신적으로 높여주는 것처럼 국방 분야에서도 AI가 우리 국방 환경과 군사력을 혁신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장은 “현재 무기체계 등 군수품을 개발하는 획득 절차나 규정을 보면 창의적인 기술개발 가치와 이윤을 보장해주지 않는 방산원가만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며 “규정 역시 지나치게 까다로워 우수한 민간 AI 개발자나 방산 업체들이 SW 중심의 AI 첨단 무기체계를 만드는 데 근본적인 제약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데이터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보안성과 제한된 접근성이 국방 AI 분야의 발전을 막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는 “군 환경에선 AI의 기본이자 코딩의 기반이 되는 구글의 캐글이나 깃허브 등 그 어떤 민간 플랫폼도 사용할 수 없고, 엄격한 보안 체계 때문에 개발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전처리 데이터가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첨단 군대 기반이 되는 국방 AI를 고도화하기 위해선 먼저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며 “민간에서의 AI 기술 융합을 늘릴 수 있도록 근본적인 법제도 개편과 방산 분야에서의 IT 전문가를 육성할 수 있는 방안, 군대 차원에서의 AI 교육 등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성수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