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15일부터 이틀간 이어지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앞두고 '재정준칙' 통과를 위한 여론전에 나섰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이미 '총선 모드'에 돌입한 상황에서 이번 소위에서 처리되지 않는 한 재정준칙 도입이 한 없이 미뤄질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의 판단이다.
기재부는 14일 예정에 없던 ‘재정준칙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를 통해 기재부는 재정준칙 도입의 취지부터 해외 도입 현황 등을 설명하고 야당인 민주당이 반대 근거로 제시한 경기대응력 약화와 복지지출 축소 우려에 대해 반박했다.
현 정부와 여당이 법제화를 추진하는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제한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을 경우 적자 한도 비율을 2% 이내로 조정하는 내용이다.
재정준칙 도입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0월부터 시작됐지만 30개월째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당시 도입을 추진했던 민주당은 야당이 된 뒤 복지지출 축소 등을 이유로 들며 준칙 도입에 반대해왔다. 최근엔 야당의 지지기반인 사회적기업에 일정 수준 이상의 공공구매 물량을 할당하는 것을 골자로 한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준칙 통과를 위한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입법화를 막아왔다.
기재부는 먼저 재정준칙이 정부의 경기대응력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코로나19 위기를 제외한 과거 관리수지 적자폭은 GDP 대비 2%수준이다.
기재부는 "3% 기준 내에서 경기대응을 위한 역할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재정수지 -3% 기준은 유럽연합(EU)회원국을 비롯한 해외준칙 운용국들이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채무 60% 한도에 대해서도 "채무 증가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 아니라 채무증가속도가 둔화되도록 설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확장재정으로 만성화된 대규모 재정적자 구조를 이번에 끊지 않으면 향후 고령화·성장잠재력 하락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응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점도 준칙 도입이 필요한 이유로 들었다. 문재인 정부 출점 이듬해인 2018년 GDP대비 35.9%였던 국가채무비율은 2022년 49.6%로 늘었다.
국가채무가 빠르게 늘면서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재정준칙 미도입 시 2040년이면 생산가능인구 1인당 국가채무액이 1억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GDP 대비 이자지출은 2022년 0.9%수준에서 2040년 1.8%, 2060년에는 3.0%에 달할 것이라 내다봤다.
기재부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등 국제기구와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재정준칙 도입 여부를 국가신용등급 및 신인도 평가의 주요 기준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재부는 "재정준칙 법제화 시 재정의 예측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가신용등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국채 금리 안정을 통해 국가채무 이자부담 완화 등으로도 이어져 미래세대의 과도한 채무상환 부담을 방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준칙 도입 국가 대부분이 실제론 준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무력화'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며 선을 그었다. 기재부는 "해외 주요국은 코로나 위기극복을 위해 사전에 규정된 예외 조항을 활용해 준칙 적용을 면제한 것이지 준칙을 폐기한 것이 아니다"며 "코로나19로 재정준칙 적용을 면제한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주요국도 내년부터 준칙을 재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정준칙 도입이 취약계층 지원 등 복지지출을 제약할 것이란 야당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 복지국가의 경우 우리보다 엄격한 준칙을 운용하면서도 높은 수출의 복지지출을 유지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기재부는 "준칙을 고려해 편성한 올해 본예산에서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에도 사회복지지출은 전년 대비 11조원(5.7%) 증가했다"며 "복지지출은 의무지출이대부분으로 예산편성 시 우선 반영돼 준칙도입으로 제약될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