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잡아라"…노조들 '청년 교육' 명목으로 보조금 수령

입력 2023-05-15 08:59
수정 2023-05-15 09:03


'2023년 노동단체 지원사업' 대상으로 채택된 노동조합들이 대거 '청년 교육', 'MZ세대 연구' 등을 명목으로 지원금을 신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조들이 추후 사회의 중추가 될 MZ세대의 마음을 잡기 위한 '생존 방안' 모색에 골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부의 ‘2023년도 노동단체 지원사업'에 응모해 지원 결정을 받은 23개 노조의 사업 내역을 받아본 결과, 현대차 사무연구직노조, 교사노동조합연맹, 전국시군구공무원노동조합, 청년유니온 등 다수의 노조가 ‘MZ세대’·‘청년’에 대한 연구를 내걸고 국고 보조금을 수령한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자동차 그룹 인재 존중 사무연구직 노동조합'는 지난 2일 고용부로부터 '2023년 노동단체 지원사업'의 ‘지원 결정’ 통보를 받았다. 이 노조는 MZ노조로도 잘 알려져 있다. 유력한 MZ노조 협의체로 떠오르고 있는 ‘새로고침 노동조합 협의회’ 소속은 아니지만, 지난 2021년 'LG전자 사람중심 노동조합' 등과 함께 등장해 MZ노조의 시작을 알린 대표적인 사무직 노조다.

현대차 사무연구직 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지원금을 받게 됐지만, 지원 항목이 달라졌다.

이번에 채택된 사업에서는 2890만원이 배정된 ‘양대 노총 중심 체제 내 틈새 노동조합으로서 MZ세대 노조 등장과 연대전략, 향후 제도화 방안 연구’가 눈에 띈다. 이 노조는 지난해 1000만원 수준의 지원을 받는 데 그쳤으나, 올해는 총 5000만원 가량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

'교사노동조합연맹'도 'MZ세대 친화형 노조문화 형성 방안 연구' '청년교육노동자 노동 인식 향상 및 활동역량 강화교육', '청년교육노동자의 직무 스트레스 감소와 소진 예방을 위한 심리상담 지원' 등 세가지 사업을 내걸고 지원금 총액 9010만원을 지급받게 됐다. 지난해 지원금 5000만원에서 80% 넘게 오른 금액이다.

'전국시군구 공무원노조' 역시 'MZ세대 공무원의 노동 인식 함양과 노사 상생 문화 구축' 사업을 내걸고 1280만원을 지원받았으며, 전국시도교육청 공무원노동조합의 ‘세대 간 갈등 해소를 위한 조합원 교육’ 사업에도 1400만원 지원이 확정됐다. 대한민국 공무원 노동조합총연맹도 청년조합원 노동교육 사업을 신청해 1780만원의 보조금 수령했다.

청년유니온도 'MZ세대 역량강화 사업'을 내걸고 1500만의 지원금을 받았다. 그밖에 SK케미칼 노동조합,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 사무직 노동조합도 MZ노조의 주력 구성원으로 알려진 '사무직 근로자' 교육사업 내걸고 2400만원을 지급받았다.

지난해 '청년'을 내걸고 보조금을 수령한 사업이 두 건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특히 보조금 수령 경험이 있고 MZ노조로 분류되지 않던 기존 노조들이 MZ와 청년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보인 것도 눈에 띄는 현상이다.

고용부는 지난 2월 '2023년 노동단체 지원사업 개편 방안'을 확정하고, 올해 44억7000만원의 예산이 배정된 노동단체 지원사업의 절반을 '신규 노동단체'에 배정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런 정부의 기조 탓에 한국노총 등 기존 지원 대상 노동단체의 상당수는 탈락했다. 회계 자료 제공을 거부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당초 유력한 지원 대상으로 여겨지던 새로고침 협의체도 지원 사업에 응모하지 않으면서, 그 여파로 국고보조금 지급 액수는 전년 대비 77% 감소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원이 결정된 사업은 전적으로 노조가 신청한 것"이라며 "객관적 심사를 거쳐 채택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노사관계전문가는 "국고 보조금이 MZ노조의 생존 전략 마련에 쓰이게 된 셈"이라며 "현장 세대갈등이 심각하고 MZ세대를 제대로 대변하는 노조가 많지 않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영진 의원은 "노조의 회계 자료 미제출을 이유로 기존에 지원받던 노조들의 사업을 탈락시킨 것은 현 정부의 노조 탄압의 일환"이라며 "노동부가 사전에 국고보조금 지원 사업 결정의 상세 기준을 투명하게 전부 다 공개해서 납득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