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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이어 4번째 파산 가능성이 제기된 미국 지역은행 팩웨스트뱅코프 주가가 11일(현지시간) 장중 30% 가까이 급락했다. 매각설이 불거진 뒤 나타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사태)’으로 은행 위기 우려가 커진 탓이다.
미국의 주요 대형은행과 사모펀드들은 은행 위기에 따른 ‘대혼란’을 막기 위해 구원투수를 자처하고 있다. 美 지역은행 주가 줄줄이 하락팩웨스트뱅코프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전 거래일보다 22.70%(1.38달러) 내린 4.70달러에 마감했다. 장중 낙폭이 29%까지 확대되는 등 변동성이 커지면서 몇 차례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는 다른 지역은행 주가도 함께 끌어내렸다. 24개 지역은행 실적을 추적하는 KBW 나스닥 지역은행 지수는 이날 2.4% 하락했다. 시온스은행, 코메리카, 뱅크오브하와이 등 지역은행들도 일제히 4~10% 낙폭을 보였다. 반면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대형은행들의 주가는 큰 변동이 없었다.
팩웨스트뱅코프 주가는 올해 들어 약 80%, 이달 들어 40% 고꾸라졌다. ‘퍼스트리퍼블릭 쇼크’ 이후 낙폭이 서서히 커지면서 매각설을 기점으로 폭락세가 연출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일(현지시간) 팩웨스트뱅코프가 매각을 포함한 ‘전략적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틀 연속 50~60% 주저앉은 팩웨스트뱅코프 주가는 뱅크런 우려가 다소 가라앉자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날 뱅크런이 확인되면서 주가는 다시 꺾였다. 팩웨스트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 서류에서 지난 1~5일 한 주 동안 보유 예금 규모가 9.5% 감소했다고 공개했다. 지난 2일까지 280억달러였던 예금 규모는 250억달러(약 33조원)까지 줄었다. 예금 대부분이 매각설이 나온 직후인 지난 4~5일 이틀 동안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로 넓혀 보면 총 예금 규모는 16.9% 줄었다. 지난해 말까지 팩웨스트의 예금 규모는 340억달러였다.
팩웨스트 측은 “언론 보도로 예금 안전성에 대한 고객들의 우려가 커졌다“고 밝혔다. 미 외환 트레이딩 업체 오안다(OANDA)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 애널리스트는 “팩웨스트는 미 은행권의 가장 ‘약한 고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며 “시장의 관심은 이 은행이 파산할지, 인수될지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대형은행들, 지역은행 구제 비용 95% 부담파이낸셜타임스(FT)는 자산 총액이 500억달러(약 66조5000억원)를 넘는 대형은행들이 지역은행 구제에 쓰이는 비용의 95%를 부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예금보험기금(DIF) 확충을 위해 대형은행에 더 많은 수수료를 물릴 계획이라는 소식이 보도된 바 있다.
FDIC는 이날 113개 은행이 ‘특별평가 수수료’ 부과 대상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50억달러를 초과하는 무보험 예금을 대상으로 연 0.125%가 적용된다. 무보험 예금을 100억달러 보유한 은행이라면 50억달러에 수수료를 적용한 625만달러를 지불하게 된다.
이는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 파산으로 발생한 손실을 복구하는 데 쓰일 자금으로, 대형은행들은 올해 2분기 이후부터 향후 2년간 160억달러어치의 추가 수수료를 떠안을 전망이다. 두 은행의 예금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185억달러로 추정된다.
사모펀드도 지역은행 구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존 그레이 블랙스톤 회장은 FT에 “자산 규모가 1000억~2500억달러 수준인 대형 지역은행들과 대출 관련 제휴를 체결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은행들이 자사 고객들에게 대출을 제공하는 통로를 마련하겠다는 얘기다. 그레이 회장은 “지역은행들은 상업·부동산 대출 분야에서 여전히 강력한 대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