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시 기아 광명오토랜드는 서울 서남부 시민과 광명시민에게 ‘소하리 기아공장’이란 이름으로 더 익숙하다. 기아의 전신인 옛 기아산업이 조성한 국내 자동차공업의 ‘요람’으로 49만8908㎡ 부지에 구축된 1·2공장에서 연간 30만 대를 생산하는 대공장이다.
공장은 1970년부터 조성됐지만 착공 이듬해 느닷없이 그린벨트로 묶였다. 이 때문에 기아산업이 첫 사륜차 ‘브리사’를 생산한 1973년부터 시작된 ‘개발제한구역 내 자동차 공장’이라는 황당한 상황이 52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소하동 일대가 그린벨트로 지정된 이유에 대해 광명시 관계자는 12일 “1970년대 당시의 행정 미비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며 “광명의 구름산 도덕산 성채산 일대 녹지 축선을 따라 지도를 놓고 그린벨트를 그었고, 그 와중에 공장 착공 사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지금까지 왜 이 일대가 그린벨트인지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는 공무원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잘못 끼운 첫 단추로 52년 규제
규제는 52년간 변함없이 유지됐다. 광명오토랜드는 기아산업이 1990년 기아차로 전환되고, 1998년 현대차그룹에 합병된 이후에도 핵심 생산거점 역할을 담당했다. 카니발, 프라이드, 레이, 스팅어 등 기아를 대표하는 차종이 이곳에서 생산되고 있다.
기아는 차종이 바뀔 때마다 공장 라인을 계속 바꿨다. 기아산업의 공장 준공 당시 건축 연면적은 5만2800㎡ 규모였으나 52년이 지난 ‘기아 광명오토랜드’의 건축 연면적은 26만4300㎡로 확대됐다. 최근에는 수소차, 전기차 충전 설비도 들어섰다. 그동안 수차례 공장라인 변경을 거치고, 투자할 때마다 기아는 자체 공장 부지로 허가받은 땅임에도 수백억원의 보전부담금을 물어야
했다.
부담금보다 더 큰 문제는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다. 그린벨트 지역이라는 이유로 투자를 결정할 때마다 매번 계획을 세우고, 설득하고, 허가받아야 한다
광명시는 기아가 더 공격적으로 이곳에 투자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그린벨트를 꼽고 있다. 광명오토랜드는 서울과 가까워 물류환경이 좋고, 주변에 주택가가 많아 인력 수급에도 용이하다. 기아가 광명 공장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충분한데도, 투자를 주저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광명시 관계자는 “그린벨트 규제가 없었다면 기아가 최근 2공장을 EV 전용라인으로 바꾼다는 계획을 마련하기 전에 더 큰 투자를 단행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지자체는 ‘취득세라도 깎겠다’는데…2공장은 2024년 6월부터 소형 전기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프로젝트명 ‘SV’와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CT’ 생산라인으로 탈바꿈한다. SV와 CV는 각각 신형 전기차인 EV3, EV4란 이름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광명시는 기아의 계획을 지원하기 위해 규제 해소에 총대를 메고 나섰다. 광명오토랜드가 글로벌 미래차 경쟁력을 갖춘 전진기지로 거듭나면 세수·일자리뿐만 아니라 도시 경쟁력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광명시가 ‘취득세도 깎아주겠다’고 나선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광명오토랜드 2공장이 전기차 공장으로 전환되면 그린벨트 규제와 별개로 약 60억원의 취등록세를 내야 한다. 일반세율은 3%대지만 광명시가 수도권정비법상 과밀억제구역이어서 세 배가량 높은 약 9%의 세율이 부과된다. 시는 그린벨트 보전부담금 완화를 정부에 건의하는 것과 별개로 경기도와 취등록세율을 낮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 각국이 전기차 공장에 각종 세액공제와 보조금을 지급하는 가운데 국내 투자환경이 미흡하다면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것”이라며 “투자의 효율성 차원에서라도 기존 투자지역인 공장을 활성화할 방안을 정부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대훈/김일규/빈난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