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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4월 대출 증가 추이가 ‘제로 코로나’ 시절 수준으로 둔화하고 저축은 늘었다. 중국 기업과 가계가 불황을 우려하고 있어서라는 해석이 나온다. 서비스업은 호황이지만 제조업 경기는 위축되는 불균형적 회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내수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으로 회복되려면 3년 이상 걸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2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따르면 중국의 4월 신규 사회융자총량은 1조2200억위안(약 233조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10월(9079억위안) 후 6개월 만의 최소치다. 시장 추정치인 2조위안도 크게 밑돌았다. 사회융자총량은 은행의 위안화와 외화 대출, 보험권 대출, 회사채와 신주 발행액 등을 더한 지표다. 중국은 사회융자총량을 2011년부터 대표 유동성 지표로 쓰고 있다.
4월 신규 위안화 대출이 7188억위안으로 반년 만에 최소치를 찍은 가운데 가계 신규 대출은 2411억위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1156억위안 줄어들며 작년 4월 이후 1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반등하던 부동산 경기가 다시 하강세로 전환할 조짐을 보인다는 의미다. 중국 부동산 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전체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기업 대출은 6839억위안 늘어났지만 지난 3월(2조7265억위안)에 비해 증가 규모가 대폭 줄었다.
중국이 작년 12월 제로 코로나 방역을 철폐한 효과로 신규 사회융자총량이 급증한 1분기와는 상반되는 상황이다. 1분기 신규 사회융자총량은 4조5200억위안에 달했다. 작년 1분기(8조3400억위안)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분기(5조16억위안)보다 월등히 많았다.
중국의 저축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4월 말 기준 중국의 저축 총액은 249조5000억위안으로 1년 전보다 11.9%, 올초보다는 5.7% 증가했다. 신규 대출은 줄고 저축이 늘어난다는 것은 기업과 가계 등 경제 주체들이 위기에 대비해 돈을 쌓아두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저우하오 궈타이쥔안 이코노미스트는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안팎에선 ‘불균형적 회복’이 지속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기업의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제조업과 서비스업에서 대조적으로 나타난 게 대표적이다. 4월 차이신 제조업 PMI는 49.5로 3개월 만에 하강 국면인 50 아래로 내려갔지만, 서비스업 PMI는 56.4로 4개월 연속 확장 국면을 이어갔다.
로치 BNP파리바 투자전략가는 “3년 동안의 제로 코로나 때문에 중국 경제주체가 자신감을 잃은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싱자오펑 ANZ은행 중국 전략가는 “중국 내수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3~5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