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짜리 초단기 대출인 미수거래 잔액이 한 달 만에 두 배 넘게 불어나며 5000억원을 돌파했다. 2021년 이후 최대 규모다.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급락 사태 후 증권사들이 신용대출 요건을 강화하자 손쉽게 돈을 융통할 수 있는 미수거래로 투자자가 몰린 것이다. 사흘 안에 미수금을 갚지 못해 주식을 강제 처분당하는 반대매매도 사상 최대 규모로 치솟았다. ○미수금 5000억원 돌파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권사 위탁매매 미수금은 지난 10일 5082억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4월 13일·2196억원)과 비교해 131% 급증했다. 지난달 20조원을 돌파했던 신용대출(신용거래융자)이 이달 18조원대로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미수금은 3일 5348억원으로 2021년 11월 후 처음으로 5000억원을 돌파한 뒤 5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위탁매매 미수금이란 미수거래를 하고 만기인 3거래일까지 상환되지 않은 금액이다.
미수거래는 3거래일 안에 돈을 갚지 않으면 주식이 강제 처분된다. 이자를 내며 만기(30~150일)를 연장할 수 있는 신용대출과 구분된다.
미수거래로 개미가 몰리는 이유는 증권사들이 주가폭락 사태 후 차액결제계좌(CFD) 개설을 중단하고 신용대출 요건을 높이는 등 레버리지 투자를 제한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최대 5배 레버리지 가능미수거래는 증거금률 설정 등 간단한 절차를 거치면 최대 다섯 배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 CFD(2.5배)의 두 배에 달한다. 투자 원금 20만원으로 100만원어치 주식을 살 수 있다. 고객 등급과 종목마다 증거금률이 다른데, 통상 20~40% 증거금률이 적용된다. 주가가 급락한 상태로 반대매매가 이뤄지면 손실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른바 ‘깡통계좌’가 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수거래가 증시의 낙폭을 키우는 뇌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3거래일 안에 돈을 갚지 못하는 미수계좌가 속출하면서 반대매매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하루평균 100억원대였던 미수거래 반대매매 규모는 이달 들어 하루 500억원대로 치솟았다.
SG증권발 사태의 여진이 겹치면서 악순환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날 디와이피엔에프와 신대양제지 주가는 SG증권 계좌 등에서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면서 전 거래일 대비 각각 29.93%, 24.64% 급락했다.
외국계 증권사를 통한 매도 물량이 대거 발생했다는 점에서 CFD에서 나온 반대매매로 추정됐다. 이날 반대매매 당사자라고 밝힌 한 주주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여전히 회사가 저평가됐다고 강력하게 믿고 있어 지속해서 주식을 매입했고 결국 큰 레버리지(차입)까지 사용하게 됐다”며 “그 결과가 제 반대매매”라고 밝혔다. “이번 하락은 지난번 선광, 대성홀딩스 등의 사태(SG증권발 폭락 사태)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