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 선언"…트랜스젠더 협찬했다가 '역풍' 맞은 회사

입력 2023-05-12 09:56
수정 2023-05-12 10:33


미국 유명 맥주회사 '앤하이저부시(ABI)'가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를 협찬했다가 비판을 받으면서 매출까지 타격을 입었다.

11일(현지시간) CBS 등 미국 현지 언론은 세계 최대 맥주 제조업체 ABI의 대표 브랜드 버드라이트(Bud Light)가 성전환 인플루언서 딜런 멀바니(Dylan Mulvaney, 26)와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한 후 계속되는 매출 감소로 주가까지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범프윌리엄스컨설팅(Bump Williams Consulting)의 집계에 따르면 ABI는 지난 4월 29일까지 버드라이트를 4150만달러어치 판매했는데,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23% 하락한 것이다. 버드와이저 역시 현재까지 매출액이 11% 감소한 3150만달러에 그쳤다.

매출 감소로 ABI 주가가 폭락하며 시장가치도 수주 새 50억 달러(약 6조6000억원)나 폭락했다. 이번 달에만 7% 이상 하락했다.

멀바니는 199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뮤지컬 무대에 오른 아역 배우 출신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연이 중단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활동 무대를 옮겼고, 지난해 3월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히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또한 '안면 여성화 수술'이라는 제목으로 틱톡에 여성처럼 보이기 위해 진행하는 성형 수술 과정을 공개하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단숨에 미국 엔터테인먼트계 샛별로 급부상한 멀바니는 올해 2월 진행된 제65회 그래미어워드에 참석하기도 했다. 다양한 브랜드에서 협업 요청을 하면서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멀바니가 보여주는 '여성성'에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화려한 색의 립스틱을 바르고, 값비싼 옷에 무책임하게 돈을 쓰는 행동을 자신의 SNS를 통해 여과 없이 노출하면서 여성을 수동적이고 생각이 없는 존재로 만든다는 것.

또한 "여성도 부풀어 오를 수 있다", "여성뿐 아니라 모든 성별의 사람들이 탐폰을 사용한다", "진짜 소녀는 탐폰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등의 주장을 담은 동영상을 게재하면서 비난도 받았다.

특히 지난달 ABI는 멀바니는 그의 팟캐스트 '소녀시대'(Days of Girlhood) 1주년을 축하하며 그의 얼굴을 넣어 특별 제작한 버드라이트 캔 제품을 선물로 보냈는데, 이를 본 몇몇 소비자들은 반발했다.

멀바니는 당시 팟캐스트에 '티파니에서 아침을' 영화 속 오드리 헵번처럼 꾸미고 나와 "내가 여성이 된 지 1년이 됐고, 버드라이트가 최고의 선물을 보내주었다"며 본인 얼굴이 새겨진 버드라이트 캔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소비자들은 "ABI가 성전환 운동가와 파트너십을 맺고 '젠더 프로파간다'를 시도한다"고 주장했고, 소매업체들은 소비자들의 반발에 매대에서 버드라이트를 퇴출했다. 도매 유통업자들도 "ABI의 신중하지 못한 행보로 재정적 손실을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ABI 측은 "멀바니는 우리가 파트너십을 맺은 수백명의 인플루언서 중 한 명일 뿐"이라며 "분열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의도는 결코 없었다"고 해명하고 마케팅 담당 고위직원 2명을 휴직 처분했다. 아울러 '공짜 맥주' 이벤트도 진행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보이콧'은 ABI의 다른 브랜드들까지 번져나가고 있다. 시카고에서 다수의 LGBTQ 바를 운영하는 '투베어스 타번 그룹'(2Bears Tarvern) 측은 ABI 제품은 물론 ABI가 인수한 시카고의 유명 수제 맥주 브랜드 '구스아일랜드'(Goose Island) 제품도 모두 매대에서 빼겠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ABI가 재정적 손실과 실추된 평판을 회복하기 위해 소비자와 유통업체 달래기에 나섰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도 이 사건을 '위기'라고 칭하면서 투자 의견을 '보류'로 하향 조정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