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체투자, 벤치마크 3%p 밑돌아…"해외사무소 역량 강화해야"

입력 2023-05-11 16:05
수정 2023-05-12 09:21
이 기사는 05월 11일 16:0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대체투자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을 3%포인트 넘게 밑돌며 전체 자산군의 상대 평가 수익률을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해외 사무소를 확대해 수익률을 제고해야한다고 지적했다.

11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의 벤치마크(BM) 대비 대체투자 운용 수익률은 ?3.15%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주식, 채권 등 여러 자산군 중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8.94%)을 기록한 대체투자 자산군이 정작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BM 대비 수익률은 시장보다 초과 성과를 냈는지 따질 수 있는 지표다.

국민연금 대체투자 수익률이 큰 폭으로 하회한 원인은 물가 리스크 때문이다. 물가 지표(CPI)와 연동된 국민연금 대체투자 벤치마크가 지난해 인플레이션 여파로 큰 폭으로 뛰며 대체투자 자산군 수익률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해외채권(0.91%포인트), 국내주식(0.47%포인트) 등이 BM 대비 플러스 수익률을 거뒀지만, 대체투자 부진으로 인해 BM 대비 국민연금의 전체 금융자산 수익률은 ?0.2%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은 1999년 기금운용본부 설립 이래 최악의 운용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연간 기금운용 수익률은 ?8.22%로 2008년(-0.18%), 2018년(-0.92%)에 이어 세 번째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운용손실금은 80조원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운용 제도와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으로 자산운용 유연성을 제고하고 통합 위험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자산군별로 목표 비중을 부여하고 이를 맞추도록 하는 현행 방식 대신,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해 자산군 간 칸막이를 낮춰 자산별로 각각 위험 값을 설정해야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국민연금은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으로 칸막이를 나눠 운용하고 있어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지는 중이다.

아울러 해외 사무소 역량을 강화해 미국, 영국, 싱가포르뿐만 아니라 새로운 지역에 신규 사무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해외 사무소 역량 강화를 통해 대체투자 등의 역량을 키우는 수익률 개선 방안도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국민연금은 미국 뉴욕, 영국 런던, 싱가포르 등 3개 해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나 인도, 중국, 독일 등으로 추가 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함께 저조한 해외 사무소 인력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국민연금 위험관리·성과 보상전문위원)은 이날 국민연금 전문가 포럼에서 ‘국민연금 기금 장기수익률 제고를 위한 제도 및 인프라 개선 방향’ 주제 발표를 통해 “해외 사무소 1인당 운용 규모는 10조2000억원으로 국내 사무소보다 6배 많고 뉴욕, 런던, 싱가포르는 정원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해외주식, 대체투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고 위탁 운용 대신 자체 운용 비중을 늘리고 있어 수익률을 높이려면 해외 사무소 숫자를 현재보다 늘리고 인력도 많이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연금 수익률의 97%는 이른바 SAA(전략적자산배분)에서 발생하지만, 현재 국민연금 SAA 모델은 동적으로 자산과 부채의 증감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기준 포트폴리오를 도입하면 기금 성장기를 지나 축소기로 가는 과정에서 자산과 부채를 고려해 주식과 채권 비중을 동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왕건 국민연금 상근전문위원은 “현재의 기금 운용체계는 사전 정의된 자산군에 각각 목표 비중을 부여하는 자산군 중심 체계로 해외투자 비중 확대 등의 성과가 있었으나 포트폴리오 확장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며 “위험 확대와 다변화가 동시에 추진되는 방식이 가장 좋은 전략일 것”이라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