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신용도 향상 ‘청신호’…“대규모 수주에 흑자 전환”

입력 2023-05-11 14:26
이 기사는 05월 11일 14:2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삼성중공업의 신용도에 청신호가 켜졌다. 5년 6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오랫동안 지속됐던 신용도 하락 추세가 반전된 것으로 풀이된다. 사모채에 편중된 자금조달 방식에서 벗어나 공모채 시장에 다시 뛰어들지도 주목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삼성중공업의 장기 신용등급을 ‘BBB(긍정적)’로 신규 평가했다. 신용등급이 기존 ‘BBB’에서 ‘BBB+’로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한때 AA급 우량채로 분류된 삼성중공업의 신용등급은 줄곧 내림세를 탔다. 대규모 실적 악화 등으로 2017년 BBB급으로 떨어졌다. 이후 장기간 공모채 시장을 찾지 않으면서 국내 신용평가사가 부여하는 장기 신용등급은 소멸했지만 이번에 다시 ‘BBB(긍정적)’로 책정됐다.

신용도 반등에 성공한 건 수주잔고 증가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의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28조5599억원으로 집계됐다. 2020년 12조118억원, 2021년 19조7486억원 등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다. 2020년 4분기 이후 경제 회복에 따른 해상 물동량 증가,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 등으로 조선업 발주 환경이 개선되면서 신규 수주가 많이 증가했다는 게 나신평의 설명이다.

실적 개선세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196억원 영업이익을 냈다. 5년 6개월 만에 분기 기준 흑자로 돌아섰다. 코로나 물류 대란에 해운 운임이 급등하고 컨테이너선 발주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하반기 업황 개선 등으로 올해 영업이익 목표인 2000억원을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카타르, 모잠비크 등에서 추가 발주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지난해 수주액인 94억달러를 넘어선 가이던스(예상치)도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도 호재로 삼성중공업이 공모채 시장에 등판할 수 있을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5년 2월 이후 공모채 시장을 찾지 않고 있다. 대신 사모채 시장에서 우회 조달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3월 사모채 450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도 500억원을 추가 조달했다. 신용도가 개선되면 사모채 시장보다 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공모채 시장에서도 투자수요 확보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다만 차입금 부담은 주의가 필요하다. 삼성중공업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기준 2조283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원가량 늘어났다. 박현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수주잔고가 양적과 질적인 측면 모두 향상되면서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라며 “하지만 친환경 선박 개발 등을 비롯한 필수 투자 계획을 감안할 때 차입 부담은 높은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