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10일 윤리위원회를 열고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렸다. 함께 윤리위에 회부된 태영호 의원은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에 따라 김 최고위원은 내년 4월 치러지는 총선에 국민의힘 당적으로는 출마가 불가능하게 됐다.
황정근 국민의힘 윤리위원장은 이날 윤리위 심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당의 최고위원이라면 그에 걸맞은 품격을 갖춰야 하지만, (두 최고위원은) 반복되는 설화로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민심을 잃게 만들었다”며 “당이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잃게 하고, 내년 총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한 만큼 윤리위원으로서 거기에 합당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등의 발언으로 징계 대상에 올랐다. 태 의원은 대통령비서실이 당의 국회의원 공천에 관여하고 있는 것처럼 오해를 살 언행을 했다는 것이 징계 이유다. 두 사람이 나란히 징계 대상에 올랐지만 처벌 수위의 차이는 컸다. 당내에서는 태 의원이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을 자진 사퇴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황 위원장도 ‘자진 사퇴가 징계 수위에 영향을 줬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보면 알지 않냐”며 사실상 긍정했다.
태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모든 논란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다. 당과 대통령실에 누가 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최고위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로 보인다. 그간 당내에선 태 최고위원이 당원권 1년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에서 공천받아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는 길이 막힌다. 조직과 지역 기반이 없는 태 의원에게는 사실상 정치적 사형 선고다.
이에 자진 사퇴를 통해 징계 수위를 낮춰 총선 출마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보인다. 징계 수위가 당원권 정지 3개월로 낮아지면서 내년 1월 공천 신청이 물리적으로 가능해졌다.
반면 김 최고위원은 징계 회부에 강하게 반발하며 당 안팎의 자진 사퇴 권고를 뿌리쳤다. 현역 의원인 태 의원과 달리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으면 정치적 기반이 무너진다는 것이 이유다. 중징계 결정이 내려진 직후에도 성명을 내고 “저를 지지해 주신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운 마음뿐”이라며 “앞으로도 당과 나라에 보탬이 되는 일을 찾아서 계속하겠다”며 최고위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날 윤리위 결정 등에 따라 지난 3월 선출된 최고위원 다섯 명 중 한 명은 사퇴, 한 명은 권한 정지 상태가 됐다. 스스로 사퇴하지 않은 김 최고위원은 ‘사고’ 상태가 돼 후임 최고위원 선출이 불가능하다. 반면 태 의원 사퇴로 ‘궐위’가 된 최고위원 자리는 당헌·당규에 따라 30일 이내에 전국위원회에서 후임을 선출하게 된다. 후임 최고위원 인선 등을 놓고 내홍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경목/양길성/박주연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