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팬데믹 3년, 얻은 것과 잃은 것

입력 2023-05-10 18:10
수정 2023-05-11 00:19
길고도 긴 터널이었다. 서너 달 정도면 종식될 것으로 여겼던 코로나19 팬데믹은 3년4개월이 지나고서야 끝이 났다. 세계적으로 700만 명, 국내에선 3만5000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혼란의 연속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정체를 파악하는 일부터가 그랬다. 동절기 또는 환절기에 기승을 부리는 대개의 호흡기 감염병과는 달랐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유행이 반복됐다.

‘무증상 전파’도 과학자들을 멘붕에 빠지게 했다. 팬데믹 초기 중국에서 이런 사실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국내 전문가들은 코웃음을 쳤다. 호흡기 감염병에선 없던 현상이어서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류가 쌓아온 과학을 그렇게 무너뜨렸다. 실패로 끝난 '3T' K방역역설적으로 팬데믹을 종식시킨 일등 공신도 과학이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불과 11개월 만에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해냈고 인류를 위기에서 구해냈다. 한국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모두 개발한 국가가 됐지만 아쉽게도 손에 쥔 것은 없었다.

방역당국의 최대 실책으로는 백신 늦장 도입을 꼽을 만하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것은 2021년 2월 말이다. 전 세계 국가 중 104번째였다. 세네갈, 가나보다도 늦었다. 2020년 12월 8일 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첫 접종이 시작된 이후 각국 정부는 백신 도입에 사활을 걸었지만, 우리 정부는 좀 달랐다.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가 “확진자가 적어 백신 생각을 크게 못 했다”고 실토할 정도로 안이했다.

한때 해외에서도 주목한 K방역 성과에 도취한 탓이었다. 진단검사(test), 역학 추적(trace), 신속한 치료(treat)를 요체로 한 3T 방역은 초창기엔 효과를 냈지만 전파 속도가 빠른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무력화하고 말았다. 결국 한국은 신규 확진자 수 세계 1위에 오르는 수모를 겪었다.

백신 불신 현상을 부추긴 것은 더 우려되는 점이다. 정부는 단기간에 접종률을 높이려고 무리수를 뒀다. 백신 부작용을 호소하는 이가 적지 않았지만 웬만해서는 인정해주지 않았다. 백신 접종 기피 현상을 염려해서였다. 백신 신뢰도 추락은 해결 과제하지만 이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국민의 백신 신뢰도가 급격하게 추락한 것이다. 유니세프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에는 90%를 웃돈 한국의 백신 신뢰도가 올해 48%로 떨어졌다. 조사 대상 55개국 중 54위다. 국내에선 백신이 유용한 방역 도구로 작동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새로운 감염병 유행이 걱정되는 이유다.

‘방역 정치화’의 위험성도 목도했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 등 강력한 거리두기를 시행하던 정부는 2021년 11월 ‘위드 코로나’를 밀어붙였다. 델타 변이가 확산되던 시점이다. 이듬해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결과는 참혹했다. 2020년 1월 국내에 첫 환자가 나온 이후 21개월 동안 사망자는 2849명이었지만 위드 코로나가 시작되고 두 달 만에 2714명이 목숨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수년 내 제2의 코로나가 창궐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코로나 방역의 실패와 성공을 꼼꼼히 따져 또 다른 감염병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 환자 치료에 큰 몫을 한 비대면 진료 합법화도 서둘러야 한다. 감염병 대책에 정부와 여야가 따로 있어선 안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