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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가 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시달리고 있는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공공 근로자의 임금을 45% 대폭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대선을 불과 5일 앞두고 나온 발언으로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는 국가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으로 비판받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03년 총리 취임 후 20년 넘게 집권해왔지만 이번 대선에서 6개 야당이 내세운 단일 후보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에게 소폭 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급해진 에르도안 대통령이 각종 선심성 정책을 쏟아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공공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복지분담금 포함 월 1만5000리라(약 102만원)로 45% 상향하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책이 튀르키예의 물가 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튀르키예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떨어졌지만 여전히 40%를 넘는 수준이다. 에르도안 정권은 임금 인상 외에도 가정용 천연가스 무상 공급, 전기요금 인하 등 포퓰리즘 정책을 줄줄이 쏟아냈다.
에르도안 정권의 이 같은 행보는 통화정책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고금리가 물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신념하에 이른바 ‘역주행 통화정책’을 고수해왔다.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지난해 11월까지 4회 연속 내렸고, 올해 2월에도 한 차례 내렸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8.5%다.
그 결과 튀르키예 물가는 급등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리라화 가치는 5년여간 76% 떨어졌다. 2021년 11.4%에 달한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5.6%에 이어 올해 2.8%까지 급속도로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포퓰리즘 정책을 연이어 발표했지만 이번 대선에서 정권을 유지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지난 2월 대지진은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 논란과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야권 후보의 도전도 거세다. 폴리티코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지율 45%로, 경쟁자인 클르츠다로을루 대표(50%)에게 소폭 뒤지고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