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레고랜드, 100만명 돌파…英본사 운영원칙도 바꿨다

입력 2023-05-10 17:52
수정 2023-05-18 16:22

세계에서 10곳의 레고랜드를 운영하는 영국 멀린엔터테인먼트는 각 지역 레고랜드에 적용하는 운영 원칙을 웬만해선 바꾸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계적으로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철학에 근거한 조치지만, 글로벌 리조트업계에선 지역별 특색을 너무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랬던 멀린이 강원 춘천 레고랜드 개장 1년을 맞은 레고랜드코리아에 한국 사정에 맞도록 일부 자율성을 부여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큰 틀에서 운영 원칙을 고수하더라도 가능한 부분에 대해선 현지화를 해야 개장 전 기대한 것보다 부진한 실상을 타개할 수 있다는 한국법인의 설득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레고랜드코리아는 지난 5일 테마파크 방문객이 100만 명을 돌파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지난해 어린이날 개장한 후 1년 만의 성과다. 개장 당시 목표치(200만 명)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한 수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고려하면 의미 있는 실적이란 게 레고랜드코리아의 설명이다.

전 세계 레고랜드 가운데 방문자 수를 공개한 건 레고랜드코리아가 처음이다. 멀린은 각 사업장의 연간 방문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 때문에 레고랜드코리아는 지역사회 등에서 실제 방문객 수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수치의 데이터가 유포됐을 때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못하고 가슴앓이만 해야 했다.

지난달부터 시작한 야간 개장 역시 한국에서만 시행되는 것이다. 멀린은 레고랜드가 전 세계 어린이를 타깃 고객으로 삼는 만큼 “야간 개장을 해야 한다”는 한국법인의 주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레고랜드코리아는 어린이도 야간에 많이 활동하는 한국의 특성을 1년에 걸쳐 본사에 설명한 끝에 허락을 받아냈다. 레고랜드코리아는 야간 개장을 위해 3000개에 달하는 조명시설을 설치했다. 리조트업계 관계자는 “멀린의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1월 스콧 오닐로 바뀌면서 완고했던 운영 방식이 변화할 조짐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