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엔지니어링 "항공·방산 1위社도 고객"

입력 2023-05-10 17:41
수정 2023-05-11 01:15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에어버스 항공기 동체 및 날개 수주.’ 2013년 3월, 신문을 펼쳐 든 유대연 에이스엔지니어링 이사의 눈에 이런 제목의 기사가 들어왔다. 특수 컨테이너 제조사의 영업 담당답게 ‘저렇게 무겁고 큰 물체는 어떻게 운반할까’로 자연스레 생각이 확장됐다. 수소문 끝에 나무 포장재로 운반되고 포장재는 버려진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는 에어버스와 미팅하기 위해 곧바로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3차원 도면을 보여주며 포장재를 컨테이너로 바꾸면 어떤 장점이 있는지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 에어버스 관계자들이 그를 보고 말했다. “해봅시다!”

연매출 100억원대 중소기업 에이스엔지니어링은 이렇게 세계 1위 항공사 에어버스의 항공기 동체 및 날개 운송을 책임지는 토대를 마련했다. 이후 10여 년 만인 지난해 매출은 2353억원으로 불어났다. 영업이익은 188억원을 기록했다. 거래 대상도 확대돼 에어버스뿐 아니라 에너지, 방위산업, 반도체(클린룸) 등 업종별 1위 기업을 두루 고객사로 확보했다.

에이스엔지니어링은 대부분 고객사가 글로벌 기업인 까닭에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는다. 지금은 에이스엔지니어링 대표가 된 유대연 사장(사진)은 수출을 크게 늘려 국가 경제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로부터 최근 ‘145회 한국을 빛낸 무역인’으로 선정됐다.

에이스엔지니어링은 유 사장 부친인 유인선 회장이 1991년 창업했다. 초창기 운송용 컨테이너를 가장 먼저 국산화해 중국에 재수출하면서 기반을 닦았다. 이후 에어버스의 항공기 동체 및 날개 운송용 특수 컨테이너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커피콩 이송을 위해 부패 방지용 환풍기를 설치한 컨테이너를 도입한 것도 이 회사가 최초다.

사업 다각화를 적극 추진해 현재 회사 매출의 절반 이상이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나온다. ESS는 생산한 전기를 저장장치에 저장한 후 필요할 때 전기를 공급해 전체 전력 사용 효율을 높이는 제품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세계 1위 ESS업체 미국 플루언스에 독점 공급한다.

유 사장은 “특수 컨테이너 기술을 변전소에 적용해 사업 영역을 전력 계통으로 넓히고 이를 응용해 다시 ESS 신시장을 개척했다”며 “설계부터 제작, 운송, 설치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고객이 세상에 없는 걸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최초’ 타이틀이 많아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임에도 직원 가운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비중이 높은 것도 눈에 띈다. 전체 직원 99명의 평균 연령은 35세가 채 안 된다.

유 사장은 1년에 200일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다. 그는 “올해 공급해야 하는 물량이 이미 4000억원을 넘어섰다”고 귀띔했다. 올해 매출은 작년의 두 배를 넘을 것이란 예상이다. 올 하반기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하는 등 기업공개(IPO)도 준비하고 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