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5월 10일 15:3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구글과 아마존, 메타(페이스북) 등 글로벌 테크기업을 벤치마킹해 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도 서버와 네트워크 장비의 사용 연한을 늘리고 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데이터센터 및 서버 구축에 막대한 자금이 들면서 감가상각비용도 만만치 않아지면서다.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연장해 경기 불황에 따른 영업이익 하락 폭을 줄여 회계상 이익을 늘릴 수 있게 됐다.네이버의 1분기 깜짝 이익의 배경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번 1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부터 서버 등 주요 장비의 감가상각 내용연수를 기존 4년에서 5년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국내 IT기업 가운데 내용연수 연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건 네이버가 처음이다. 김남선 네이버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컨퍼런스콜에서 “국내외 업체들도 서버와 CPU 등 내용연수를 기존 4년에서 5~6년으로 늘리는 추세”라며 “이는 현재 회사의 평균 장비 사용 기간이 5.4년 이상인 현실을 보다 정확히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는 국내 IT기업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카카오와 다른 점이기도 하다. 카카오는 현재 데이터센터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감가상각에 대한 부담이 네이버보다는 적은 편이다. 다만 카카오는 구체적인 서버 및 CPU의 내용연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는 이번 주요 장비의 내용연수 연장을 통해 1분기에 영업이익의 6.8%에 해당하는 225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네이버의 1분기 영업이익의 시장전망치는 3171억원 수준이었는데 내용연수 연장 효과로 3305억원을 기록했다. 네이버의 호실적은 사실상 내용연수 연장에 따라 발생한 셈이다.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네이버에 대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 주가는 지난 8일 실적 발표한 날부터 이틀 동안 7% 이상 올랐다. 구글·아마존·MS도 내용연수 연장기업은 빌딩과 장비 등 장기자산(Long term asset)에 대해 수년에 걸쳐 감가상각을 진행한다. 이 감가상각은 매년 비용으로 잡혀 영업손실로 기록된다. 내용연수를 길게 늘리면 매년 상각되는 비용이 줄어 기업의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보수적인 회계기준을 사용하는 기업일수록 장기자산에 대한 내용연수를 짧게 잡고, 이런 기업의 회계기준을 좀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에서는 지난해부터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을 비롯해 아마존, 메타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빅테크 기업들이 내용 연수를 늘리는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구체적으로 올해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가 서버 등 내용 연수를 기존 5년에서 6년으로 연장했고, 메타는 4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특히 아마존과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는 2021년부터 두 번에 걸쳐 내용연수를 연장했다. 테크 리서치기업 옴디아에 따르면 빅테크기업의 서버 내용연수는 작년 5.2년에서 올해 5.6년으로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빅테크기업은 클라우드와 AI 등으로 서버 구축 비용이 크기 때문에 이런 내용연수 연장에 이익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알파벳은 이런 변화로 올해 감가상각 비용이 34억 달러(4조4982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IT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기업들이 서버 내용연수를 경쟁적으로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