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지령문에 대북 보고문까지…前 민노총 간부 4명 구속기소

입력 2023-05-10 12:09
수정 2023-05-10 12:10

북한의 지령문을 받고 노조 활동을 빙자해 간첩 활동을 벌인 전직 민주노총 간부 4명이 구속기소 됐다. 정권 퇴진 및 반미 등 정치 투쟁을 주도한 이들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에서는 북한의 지령문 90건이 발견됐다. 역대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중 최다 규모다.

수원지법 공공수사부(정원두 부장검사)는 10일 국가보안법 위반(간첩·특수잠입 및 탈출·회합 및 통신·편의제공 등) 혐의로 전 민노총 조직쟁의국장 A씨(52)와 전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B씨(48), 전 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부위원장 C씨(54), 전 민노총 산하 모 연맹 조직부장 D씨(51) 등 4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국정원·경찰청은 이번 수사로 90건의 북한 지령문과 24건의 대북 보고문을 확보했으며, 이들이 주고받은 통신문건의 암호를 해독해 지하조직을 적발했다.

이들은 대남공작기구인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도를 직접 받으면서 지하조직인 '지사'를 결성해 민노총 중앙본부, 산별, 지역별 연맹의 주요 인물을 조직원으로 포섭하려 하는 등 노동단체를 장악, 조종하려 시도한 것으로 검찰 조사 나타났다.

또 이들은 '민심의 분노를 활용해 기자회견 발표, 촛불시위 등으로 민중의 분노를 폭발시키라' 등 지령을 받고 반미·반일·반보수를 앞세운 정치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나아가 북한 공작원을 만날 때는 '손에 들고 있던 생수병을 열고 마시는 동작', '손에 들고 있던 선글라스를 손수건으로 2~3차 닦는 동작' 등 사전에 약속한 신호를 주고받았다고도 한다.

특히 A씨는 20여년 간 북한 공작원과 접선·교류하면서 북한 공작원으로부터 '따뜻한 동지', '혈육의 정'을 나누었다는 표현을 주고받을 정도로 긴밀한 사이를 유지한 것으로 전해진다.

공안 당국은 이번 수사로 지하조직의 조직원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를 벌일 계획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