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책임"…윤리위 8시간 전 與 최고위원직 던진 태영호, 왜?

입력 2023-05-10 10:36
수정 2023-05-10 10:45

‘녹취 유출 파문’과 ‘쪼개기 후원금’ 의혹에 휩싸인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0일 최고위원직을 자진 사퇴했다. 이날 예정된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심의를 8시간 앞두고서다. 중징계 시 총선 출마가 불가능해진 만큼 자진사퇴를 통해 징계 수위를 낮춰 출마 여지를 남겨두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태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의 부족함으로 최근 여러 논란을 만들어 국민과 당원들, 당과 윤석열 정부에 큰 누를 끼쳤다"며 "오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저는 더 이상 당에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의 모든 논란은 전적으로 저의 책임"이라며 "저의 논란으로 당과 대통령실에 누가 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덧붙였다.

태 최고위원은 "저를 응원해 주시고 사랑해 주신 국민과 당원분들, 그리고 선배 동료 의원님들과 지금까지 함께 해주신 지도부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제부터 백의종군하며 계속 윤석열 정부와 우리 국민의힘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강조했다.


태 최고위원은 전날 만해도 일각에서 제기된 자진 사퇴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전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진 사퇴 여부에 대해 "현시점에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는 사퇴 압박을 '정치적 공세', '태영호 죽이기', '집단린치'라고 규정했다.

그러다 자진 사퇴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전날 밤부터다. 태 최고위원은 전날 밤 당 지도부가 모여 있는 단체 채팅방에서 아무 말 없이 퇴장했다. 이날 당 윤리위의 징계 수위 결정을 하루 앞두고서다.

태 최고위원이 자진 사퇴 결정을 내린 것은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한 행보로 보인다. 그간 당 안팎에선 태 최고위원이 당원권 1년 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받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렇게 되면 국민의힘에서 공천을 받아 내년 총선에 출마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자진 사퇴를 통해 징계 수위를 낮춰 총선 출마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8일 황정근 윤리위원장은 "'정치적 해법'이 등장한다면 거기에 따른 징계 수위는 여러분이 예상하는 바와 같을 것"이라며 자진 사퇴 결정이 징계 수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태 최고위원은 이날 아침까지 자진 사퇴 여부를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어제 저녁부터 고민이 많았다"며 "후원자, 지지자분들과 거취 문제에 대해 오늘 아침 다시 한번 얘기를 듣다가 오전 9시 기자 회견장을 예약하고 10시에 (사퇴 의사를) 밝히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편 윤리위는 이날 오후 6시 전체회의를 열어 태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함께 징계 대상에 오른 김재원 최고위원은 아직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태 최고위원은 ‘제주 4·3이 북한 김일성의 지시로 촉발됐다’는 취지의 발언과 ‘녹취 유출 파문’ 등으로 징계 심사를 받게 됐다. 김 최고위원은 ‘5·18 정신 헌법 수록 반대’ ‘전광훈 목사 우파 천하통일’ ‘제주 4·3은 격이 낮은 기념일’ 등의 발언으로 징계 대상에 올랐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