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인한 석면폐증 환자가 장해등급 기준을 충족했다면 치료 가능성을 따지지 않고 즉시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사망한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미지급보험급여부지급처분취소 소송에서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20여년간 일했던 A씨는 2014년 석면폐증으로 장해등급 11급을 판정받고 장해급여를 수령했다. 석면폐증은 흡입된 석면섬유가 폐 조직에 흡착돼 섬유화를 일으키는 병이다. A씨의 병증은 계속 악화돼 2018년 결국 폐 이식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이식 수술 후 거부반응 등으로 A씨는 이듬해 초 사망했다.
근로복지공단 석면심사회의는 A씨의 사망 전날 심의를 거쳐 '석면폐병형 2/2, 심폐기능 F3(고도장해)' 판정을 내렸다. 이에 A씨의 유가족은 "판정에 따라 A씨의 장해등급이 상향돼야 한다"며 공단에 미지급된 보험급여를 청구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사망 전 석면폐증 증상이 고정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을 했고, 유가족들은 불복해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석면폐증이 진폐증과 증상이 유사하면서 위험성은 더 높고, 석면폐증의 급여 지급 기준이 진폐증의 경우를 준용하고 있는 점을 들어 "석면폐증도 진폐증과 마찬가지로 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게 된 때에는 완치·고정 상태를 요구하지 않고 곧바로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며 원고 측 손을 들어줬다. 2심도 1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 역시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관계자는 "진폐증에 관한 선례와 마찬가지로 석면폐증 증상이 고정된 상태에 이르지 않더라도 장해등급에 따른 장해급여를 지급해야 함을 최초로 명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