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9일 “관료들이 탈(脫)원전이나 이념적 환경정책에 매몰돼 새로운 국정기조에 맞추지 않고 모호한 스탠스(태도)를 취한다면 과감히 인사조치하라”고 장관들에 지시했다. 취임 1주년을 맞아 국정과제 수행 및 개혁과제에 더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관료사회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마무리발언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관료사회에 무작정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되겠지만 과거 정부의 잘못된 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어떻게 바꿀지 고민해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출발점은 과거 정부에 대한 평가에서 출발한다”며 “문제의식을 정확히 가지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전세사기, 주식·가상자산 등 금융투자 사기, 마약범죄 등의 급증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파급력 있는 금융 분야 리스크가 발생하면 적기에 조치해야 하는데 시장교란, 반칙 행위자 감시 체계가 무력화됐다”며 “마약을 중·고교생이 피자값으로 사고, 법을 어기는 사람이 활개 치면 어떻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인가”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장관들이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으로 그립을 잡지 못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관료들이 개혁작업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을 경고하기 위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 부처에서는 조만간 이뤄질 고위 공무원 인사에서 ‘전임 정부 실정에 대한 관여도’가 주된 평가 기준이 될 것이란 말도 나온다.
앞서 윤 대통령은 첫머리발언을 통해 “거야(巨野) 입법에 가로막혀 필요한 제도를 정비하기 어려웠던 점도 솔직히 있었다”고 술회했다. 전임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입법을 추진할 때마다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의 벽에 막힌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