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10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하고 창의적인 글쓰기는 물론 코딩과 수학 문제 풀이도 가능한 인공지능(AI) 거대언어모델(LLM)을 내놓는다. 생성 AI 개발 경쟁에서 챗GPT를 앞세운 오픈AI에 비해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 구글이 본격적으로 추격에 나선 모양새다.
CNBC는 구글이 10일(현지시간) 개최하는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이런 기능을 담은 LLM ‘팜2(PaLM)’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9일 보도했다. 이 매체가 입수한 구글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이날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사람들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란 주제로 LLM을 포함한 회사 AI 전략을 설명한다. LLM은 AI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학습 모델이다. 고성능 LLM이 뒷받침돼야 성능이 뛰어난 생성 AI를 개발할 수 있다.
‘유니파이드 언어 모델’이란 프로젝트명으로 사내에서 테스트를 거친 팜2는 작년 4월 구글이 처음 내놓은 팜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언어 구사 능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수학 연산과 작문, 데이터 분석, 프로그램 코딩 등 다양한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 구글은 지난 3월 팜을 이용해 텍스트와 이미지, 동영상 등을 생성할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공개했다. 여기에 팜2를 적용하면 이런 능력이 더욱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팜2는 구글의 생성 AI 서비스인 바드에 장착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드는 영어 서비스만 제공하고 있는데 한국어와 함께 일본어 서비스도 시작한다고 이 매체는 설명했다. 업무용 클라우드 서비스인 ‘구글 워크스페이스’에도 이 LLM이 들어간다. 구글의 지메일과 문서 편집기 구글스에 AI를 접목해 도구가 알아서 스프레드시트 템플릿을 생성하는 기능을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선 올해 구글 I/O가 글로벌 검색 엔진 비즈니스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구글의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이미 오픈AI가 개발한 챗GPT를 자사 검색 엔진 빙에 장착해 상용화했다. 구글은 아직 바드와 검색 엔진을 통합하지 않았다. 세계 1위 인터넷 사업자인 구글까지 생성 AI를 적용하면 글로벌 검색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네이버처럼 비영어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업체들의 입지도 흔들릴 수 있다. 네이버는 오는 7월 ‘하이퍼클로바X’를 기반으로 한 차세대 검색 서비스 ‘서치GPT’(가칭)를 공개할 예정이다. 하이퍼클로바X는 챗GPT보다 한글 데이터를 6500배 많이 학습한 LLM이다. 네이버의 생성 AI가 챗GPT나 바드를 뛰어넘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가 시장 수성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구글은 이번 I/O에서 자체 제작한 폴더블폰 ‘픽셀 폴드’를 처음 공개한다. 폴더블폰은 2019년 2월 이 제품을 처음 공개한 삼성전자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품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