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핀테크 기업이 선보인 '후불 결제(BNPL) 서비스' 연체율이 급등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에서 후불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핀테크 3사의 연체율은 지난해 말 대비 일제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71만명이 이용한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3월 말 기준 연체율이 2.7%로, 3개월 사이 0.56%포인트 올랐습니다. 1년 전 같은 달(1.26%)보다 1.44%포인트 오른 수치입니다. 이용자 수 3만명인 카카오페이 연체율은 0.51%로, 전년 말(0.09%) 대비 5배 이상 뛰었습니다. 특히 192만명이 이용 중인 토스의 후불 결제 연체율은 5%에 달했는데요. 지난해 말 3.48%였던 연체율은 불과 3개월 새 1.52%포인트 급등했습니다.
후불 결제는 신용거래 내역이 적어 신용카드 발급이 어려운 대학생이나 주부 등 '금융 이력 부족자'도 간편결제 업체를 통해 물건을 산 뒤 다음 달 지정한 결제일에 대금을 치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마치 신용카드를 사용한 것처럼요. 네이버페이·토스는 월 최대 30만원, 카카오페이는 월 최대 15만원까지 후불 결제가 가능합니다. 신용카드와 원리가 비슷하지만, 할부는 안 됩니다.
올해 1분기 연체율 1%대를 기록한 카드사와 비교하면 핀테크 3사의 후불 결제 연체율이 심각해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정을 따져보면 연체율이 급등한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연체가 발생하면 은행이나 카드사는 연체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합니다. 만약 개인이 A 은행에서 대출 상환 연체가 발생하면 다른 은행에도 정보가 공유됩니다. 대출이 제한되는 건 물론입니다. 카드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B 카드사에서 연체되면 정보가 공유되고 C나 D 카드사 이용이 어려워집니다. 당연히 개인 신용점수도 하락합니다.
하지만 후불 결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금융위원회가 후불 결제를 허용해 주면서 다른 핀테크 기업이나 금융기관과의 정보 교류를 금지했고, 신용정보에도 영향을 주지 않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금융위는 "금융 이력 부족자의 제도권 금융 이용 기회가 제한되는 상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쉽게 말해 후불 결제 이용자가 연체하더라도 압박하지 말라는 건데요. 이렇다 보니 핀테크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연체율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연체율이 사전에 올라가는 걸 막을 방법이 거의 없다"며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체 정보를 공유할 수 없고 신용점수도 하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30만원쯤 연체해도 된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자발적 연체자를 양산하게 되는 꼴"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연체율 관리에 대한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정치권이 연체율 관리를 압박하니 핀테크 기업들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핀테크 기업들이 리스크 관리에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닙니다. 연체율은 관리할 수 없지만, 카드사처럼 돈을 떼일 걸 가정해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습니다.
후불 결제의 연체율은 높은 건 사실이지만, 전체 연체액 규모는 445억3600만원으로 미미한 수준입니다. 주요 카드사의 전체 연체율은 1%대인데 금액으로 따지면 지난해 말 기준 2조원에 달합니다. 후불 결제 서비스를 선보인 핀테크 기업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과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후불 결제는 금융 이력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단비 같은 서비스입니다. 저신용자나 연체 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주부·대학생·사회초년생 등 금융사와의 거래 이력이 부족해 신용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씬 파일러(thin filer)'를 겨냥한 것입니다. 지난 2021년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면서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사업을 허용했습니다.
애플 역시 비슷한 사업을 지난 3월 시작했습니다. 애플페이 레이터가 그것인데요. 수수료나 이자 없이 결제금액을 6주 동안 4번에 걸쳐 나눠 상환할 수 있습니다. 일시 상환만 가능한 한국보다 더 발전적인 모델입니다. 최대 1000달러(약 130만원)까지 이용할 수 있고, 한국처럼 한시적으로 허용된 것도 아닙니다.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은 "경각심을 가지고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규제체계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핀테크 기업들을 규제로 옥죄기에 앞서 제도의 결함이 연체율을 끌어올린 것은 아닌지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히려 강한 규제가 모럴 해저드를 부추기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