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아이디어·기술 탈취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스타트업이 국회에 모여 피해 사례를 고발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정부는 범부처 협의체를 만들어 스타트업을 지원할 방침이다.
재단법인 경청과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중소기업 아이디어 및 기술탈취 구제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알고케어, 퀀텀, 소다크루, 매일한국, 팍스모네, 키우소, 인덱스마인, 스마트스코어, 프링커코리아, 닥터다이어리 등 10개 회사의 대표가 참석했다. 모두 대기업의 아이디어 탈취로 피해를 입었거나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이날 간담회는 피해기업과 국회, 정책 당국자가 모여 실질적인 피해구제를 위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마련됐다.
롯데헬스케어와 영양제 디스펜서 아이디어를 놓고 분쟁 중인 알고케어의 정지원 대표는 "기술 탈취를 당한 스타트업은 문제 제기가 어렵고 방법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한 번에 지원하는 '원스톱'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며 "재판 전 증거 조사를 거치는 '디스커버리 제도'나 가해 기업 입증 책임제를 도입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김태일 퀀텀 대표는 "소송 과정에서 재정 지원이 필요하고, 중소기업의 영업비밀과 특허에 대한 증명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마스크팩 시트를 만드는 퀀텀은 마스크팩 1위 업체 피앤씨랩스의 기술 탈취를 놓고 분쟁하고 있다.
카카오VX가 골프장 운영 솔루션을 무단으로 도용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분쟁 중인 스마트스코어의 박노성 부대표는 "지금까지 시장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법안들은 온라인 플랫폼 내에서의 공정거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 "사업자들의 무분별한 시장 진출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국정원 등과 함께 범부처 협의체를 구성해 공조에 나설 계획이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원 대책을 이달 중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정재훈 중기부 기술보호과장은 "핵심은 대기업의 기술 탈취 비용이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정당한 기술거래 비용보다 월등히 높아야 이 같은 행위가 근절된다는 것"이라며 "이런 점을 감안해 대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역시 본격 추진된다. 양재석 특허청 산업재산보호정과장은 "이 제도는 영업비밀 유출 우려 때문에 의외로 반대 의견이 많다"며 "이 부분을 완화할 수 있도록 개선한 뒤 6월 중 공청회를 거쳐 재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