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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리더의 시각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둔 가운데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파산 위기로 1340원을 넘나들던 달러-원 환율이 연준이 시장의 예상대로 25bp 인상을 택하고 통화 긴축 마무리를 시사한 가운데 JP모건의 퍼스트 리퍼블릭 인수로 1320원대로 되돌림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피봇 기대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연준은 통화정책 변경에 대한 말을 아끼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이벤트 리스크 소멸에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정보의 비대칭성과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은행 위기의 속성상 미국 지방 은행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도 그다지 곱지 않아 원화 강세 전환을 가로막고 있는 듯하다.
물론 우리는 SVB 사태로 미국 역시 향후 경기침체와 금융불안에서 안전지대가 아닐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 만큼 연말로 갈수록 연준의 금리인하에 보다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에 대한 경계감을 풀지 않은 연준이 한동안 금리동결로 통화정책을 끌고 가는 가운데 미국 중소형 지방은행의 취약한 고리로 떠오른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쉽게 진화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간 대체투자 활성화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해외 부동산 투자가 급증한 만큼 외환시장 역시 미국 상업용 부동산을 주시할 수 밖에 없다.
연준에 따르면 현재 미국 상업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은 약 2.9조달러(GDP대비 약 11%)에 이르고 있으며, 이중 소형은행이 1.9조달러로 전체 대출의 67%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주택시장은 당시보다는 안정적이고 가계 부채도 상대적으로 낮아져 극단적인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을 일단 높게 보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 사이 1137개 소형은행이 연쇄 파산하며 미국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었던 S&L사태 역시 상업용 부동산 부실이 위기의 도화선이 되었고,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에 따라 미국 은행의 생존이 달라졌다는 점에서 관련된 신용 위험을 결코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다.
실제로 1980년대 후반 초과 공급으로 인해 미국 오피스의 공실률이 20%에 근접하며 빠르게 부실화되었고, 은행간 경쟁이 심화된 가운데 수익 창출을 위해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 열중했던 소형 은행들이 연쇄파산을 맞이하였다. 물론 그 동안 당국과 금융기관의 위험관리가 발전하였다는 점에서 같은 눈 높이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4차 산업 혁명과 포스트 코로나로 오피스 및 쇼핑센터 등 사업용 건물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며 18%를 넘고 있는 미국 오피스 공실률과 상업용 부동산 전반에서 나타나는 가격 하락을 맘 편히 바라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는 금융위기를 돌아보면 덩치가 적을 수록, 상업용 부동산 대출 규모가 클 수록 은행의 생사를 갈라왔기 때문이다.
FOMC 이후 미국 시장금리 하락과 맞물린 달러 약세 분위기가 대체로 지배할 것으로 보여 달러-원 환율도 일단 다소간의 안정을 기대한다. 그러나 향후 돌발적으로 부상할 수 있는 미국 지방은행 위기 경계감은 계속 가져가야 할 듯하다. 미 증시에서 주가 하락이 계속되는 펙웨스트(35%), 웨스턴 얼라이언스(44%), 키코프(42%), 코메리카(55%) 등은 자산 규모는 서로 상이하지만, 비슷한 규모의 다른 은행들에 비해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대체로 높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