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성적표' 한국토지신탁…3개월 만에 회사채 시장 재도전

입력 2023-05-09 11:45
수정 2023-05-10 15:26
이 기사는 05월 09일 11:4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토지신탁이 3개월 만에 회사채 시장에 다시 등판한다. 부동산 관련 업종들이 회사채 시장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완판’ 여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은 오는 22일 2년물 7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최대 1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회사채 수요예측 미매각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려 등으로 부동산 관련 업종에 대한 회사채 시장 투자심리가 주춤해서다. 한국토지신탁은 올해 2월 열린 8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560억원의 주문을 받는 데 그쳤다. 이후 추가 청약 등을 통해 800억원을 발행하는 데 성공했지만 1년 만기 회사채 기준 연 7.091%의 고금리가 책정됐다. KCC건설(A-)도 900억원 규모의 건설채 수요예측에서 770억원이 미매각됐다.

한국토지신탁의 신용등급은 ‘A-’ 수준이다. 부동산 리스크가 신탁사로 전이되고 있는 것은 부담이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신탁사들이 늘려온 책임준공형 신탁의 리스크가 커졌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시공사들의 부도가 발생한 뒤 대주단이 책임준공 확약을 건 신탁사에 책임을 묻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탁업계 매출 1위 자리를 내준 것도 악재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토지신탁의 지난해 영업수익(매출)은 1882억원으로 코람코자산신탁(1972억원)에게 밀려 2위를 차지했다.

다만 부동산 시장에서 신탁 방식 정비사업이 주목받고 있는 건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최근 시공사와 조합이 갈등을 빚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상대적인 전문성이 있는 신탁사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정비구역은 관악구 신림1구역(4140가구),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2472가구), 양천구 신월시영(3107가구),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996가구) 등이 있다.

기관투자가의 투자수요 자극을 위해 희망 금리 상단도 높였다. 한국토지신탁은 이번 회사채 발행을 위해 희망 금리 상단을 민평금리 대비 최대 150bp(bp=0.01%포인트)로 책정할 방침이다. 지난 2월 민평금리 대비 최대 130bp에서 상단을 설정한 것보다 더 높였다. 고금리 전략을 통해 부동산 리스크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