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2041년 적자전환-2055년 기금 소진-고갈 후 미래세대가 부담할 보험료율 26.1%
5년에 한번 있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이 실시된 올해 우리에게 주어진 국민연금의 시간표입니다.
국민 노후보장을 위해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처음부터 언젠가 고갈이 예정된 '시한부' 연금으로 출발했습니다. 때문에 지금까지 35년이란 긴 시간 동안 '연금개혁' 논의는 정권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이어졌고, 몇 차례 개혁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출산율이 세계사에 유례 없는 0.7명대까지 떨어진 2023년 한국에서 연금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가 됐습니다. 본지는 올해 10월로 예정된 윤석열 정부의 연금개혁안 공개에 앞서 한국 연금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대안을 모색해보는 기획 시리즈 [연금개혁 파헤치기]를 장기 연재합니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높일 경우 아무리 보험료율을 높여도 미래세대가 짊어질 부채가 거의 줄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곧 국민연금을 수령할 노령세대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해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부채의 규모는 약 3400조원으로, 작년말 기준 한국 주식시장 내 모든 기업(시가총액 2082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윤석열 정부의 국민연금개혁안을 만들고 있는 재정계산위원회가 이달 26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개혁 논의를 시작하는 가운데 연금 전문가들 사이에선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더 내고 더 받는’개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더 받는 개혁도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시점을 늦추긴 하지만 실질적으론 미래세대에 빚만 더 안기는 ‘개악’이란 지적이다.
○누적적자 못 줄이는 ‘더 받는’ 개혁5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에 따르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5%로 높이면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10%포인트 높이는 ‘더 내고 더 받는’안의 향후 70년(2023~2093년)간 누적적자 감소분은 282조6000억원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율만 15%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은 그대로 유지하는 ‘더 내고 그대로 받는’안이 누적적자의 누적적자 감소폭(3699조3000억원)보다 3416조7000억원이 적다.
예정처는 지난해 11월 국회가 여야 간 연금개혁 합의를 이루겠다며 출범시킨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가 올해 초 국민연금 개혁방안으로 제시했던 안들이 기금의 고갈시점과 누적적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분석했다. 당시 민간자문위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현재 9%인 보험료율을 15%까지 단계적으로 높여야 한다는 데엔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더 받는’ 개혁 여부를 두고 여야 간 대립이 이어지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재정안정을 중시하는 여당측 위원들은 40%를 유지할 것을, 소득보장 강화를 외쳐온 민주당 측 위원들은 50%안을 고수한 것이다.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은 기금의 고갈시점만 보면 효과가 있어보인다. 예정처에 따르면 보험료율을 15%로 높이면서 소득대체율도 50%로 높일 경우 고갈시점은 2063년으로 현행 제도를 유지했을 때(2055년)보다 8년 늦춰진다. 소득대체율을 그대로 둔 채 보험료율만 15%로 높였을 때의 고갈시점(2069년)에 비해선 6년 빠르지만 상당한 효과다.
민주당 측은 이 점을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연금특위 간사인 김성주 위원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이 가능하다”고 꾸준히 의견을 내고 있다. 민주당의 연금개혁 ‘브레인’인 김연명 연금특위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도 지난 3월 연금특위 토론회에서 “10년 정도 기금고갈 시점이 늦춰지는 개혁안도 상당히 의미가 있다”며 소득대체율 인상 필요성을 피력했다.
하지만 고갈이 예고된 국민연금의 미래 적자를 기준으로 보면 ‘더 받는 개혁’은 개혁이라고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보험료율만 높인 안은 기금이 고갈된 후인 2070년 적자폭을 현행유지시(-239조8000억원)보다 49조4000억원 줄이지만, 소득대체율까지 높이는 안은 적자를 되려 21조5000억원 늘린다. 이 차이가 2093년까지 누적 3416조7000억원의 격차를 만든다.
예정처의 계산은 미래의 현금 흐름을 이자율이나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현재가치화한 것이 아닌 올해의 가격을 기준으로 한 수치다. 현재가치화할 경우 두 대안의 누적적자 차이가 일정 수준 줄어들 순 있지만, 적자 감축 효과 유무에 있어선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상당수 연금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보험료율이 높아지면서 고갈 시점 자체는 늦춰지더라도 실질적인 재정 안정 효과는 없는 셈”이라며 “소득대체율을 1%라도 높이는 것은 더 많은 빚을 미래세대에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갈 시점 늦춰지는 착시에 속지 말아야”재정안정을 중시하는 전문가들은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이 보여주는 ‘착시’가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서 더 부각돼야 한다고 말한다. 착시가 발생하는 원인은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연금 재정에 미치는 시차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예정처는 보험료율을 2025년부터 0.6%포인트씩 10년간 높여 15%를, 소득대체율을 2025년에 즉시 인상하는 것을 가정했다.
얼핏보면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재정 안정 효과는 단계적으로, 소득대체율 상승으로 인한 지출 증가는 즉각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반대다. 보험료율은 높아지는대로 그 시점의 가입자들에게 일괄 적용되지만 소득대체율 인상은 직전 세대엔 적용되지 않고 그 해 가입자부터 적용돼 이들이 은퇴하는 30~40년 뒤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제도부양비(가입자수 대비 수급자수)는 올해 24%로 100명의 가입자가 24명의 은퇴자를 부양하는 구조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이 비율은 점점 높아져 2050년에는 95.6%로 높아지고, 2080년엔 143.1%까지 높아진다. 김우림 국회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관은 “보험료율 인상이 단기적으로 기금 재정을 확충시키기에 어떤 안을 선택하더라도 고갈 시점이 상당폭으로 늦춰지는 것”이라며 “각 변수가 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에 따른 착시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성이 없는 현재의 국민연금에 있어 ‘더 받는’ 변화는 개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상당수 전문들의 의견이다. 김용하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 공동위원장(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은 “캐나다는 1997년 6%의 보험료율을 더 이상 부채를 발생시키지 않는 수준인 9.9%로 높이는 연금개혁을 단행해 재정을 획기적으로 안정화시켰다”며 “이 때의 개혁이 있었기에 19년 후인 2016년 보험료을 11.9%로 인상하면서 소득대체율도 25%에서 33.3%로 높이는 ‘더 내고 더 받는’ 개혁이 가능했다는 것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