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종 투자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주요 업체들의 적극적인 감산, 수요 회복 기대감 등이 겹치면서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최저점에 가까워졌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주가 상승 기대감을 가져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생산은 감소, 수요는 회복…"상대 수요 반등 중"반도체 업황이 완연한 회복세에 놓였다고 판단하는 첫 번째 근거는 주요 업체들의 적극적인 감산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반도체 주 재료 중 하나인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은 1분기 동안 전년 동기 대비 11.3% 감소했다. SEMI 측은 "올해 초 메모리 반도체와 가전제품 수요가 줄어들며 1분기 웨이퍼 출하량도 급감했다"고 밝혔다.
국내 대표 반도체 회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량도 크게 줄고 있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적극적 감산 속에 올해 DRAM 생산량은 각각 10.2%, 9.8%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1분기 말 대비 23년 말 재고는 각각 16주→8.3주, 14주→8주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공급 대비 수요를 일컫는 '상대 수요'는 점진적으로 회복 중이라는 분석이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4월 비농업 고용은 25만3000명으로, 예상치를 상회했다. 탄탄한 고용 덕에 미국 내 소비 환경이 점차 개선되면서, IT 제품 수요도 회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 책임연구원은 "수요가 그대로인데 생산이 감소 중이라면 상대적인 업황은 회복 중이라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메모리 가격 바닥론…"투자 비중 늘릴 때"메모리 반도체 기업 주가 부진의 주원인으로 꼽혔던 메모리 반도체 가격 폭락도 마무리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DRAM 고정 가격은 고점 대비 67% 떨어졌다"면서 "경기 둔화, 미중 갈등 등 수요 침체 악재를 이미 충분히 반영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Trend Force)는 32GB 서버 DDR4의 가격이 올해 4분기 50.2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2분기 예상치인 52.8에 비해 5% 밖에 낮지 않다. 노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상승 모멘텀은 실적 개선보다 메모리 가격 상승 반전"이라며 "이들의 주가 저점이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애플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점도 국내 IT 업종 투자 심리 개선을 부채질할 전망이다. 애플은 올해 1분기에 매출 948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정보업체 레피니티브가 집계한 예상치 929억달러를 20억달러 웃돈 어닝서프라이즈였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업종의 이익조정비율이 빠르게 개선 중"이라면서 "여러 환경이 이전보다 좋아지고 있는 만큼 당장 주가 움직임이 둔탁하더라도 비중 확대를 시도할만하다"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