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종에 대한 개인과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개인들은 주요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를, 외국인들은 반도체 대표종목인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반도체 바닥론'이 시장 전체에 퍼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미간 반도체 동맹 강화 및 투자 확대, 반도체 전방수요의 핵심인 애플의 '어닝 서프라이즈' 등 긍정적인 변수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매수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반도체 ETF 규모, 올해만 50% 증가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국내상장된 7개의 반도체 ETF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액은 925억원이었다. 'TIGER Fn반도체TOP10'(334억원), 'KODEX 반도체'(306억원), 'TIGER 반도체'(133억원), 'SOL 반도체소부장Fn'(102억원) 등이다. 특히 개인순매수액이 가장 컸던 TIGER Fn반도체TOP10의 경우 2월 이후 사흘을 제외하고 매일 개인수매수에서 플러스(+)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순매수세와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7개 반도체 ETF의 순자산은 올해초 3719억원에서 현재 5568억원으로 49.7%(2128억원) 늘어났다.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적극적인 감산과 수요 회복 기대감 등이 개인들의 투자심리를 끌어올리는 것으로 해석됐다. 공급감소·수요회복이 그동안 반도체 기업 주가의 발목을 잡았던 재고 문제와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문제를 해결할 것이란 관측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반도체 핵심 소재인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은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1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DRAM 생산량이 전년대비 약 1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애플 등 '세계에서 가장 반도체를 많이 필요로 하는' 전방 기업들이 1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수요 회복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증권가는 공급 대비 수요를 일컫는 '상대수요'가 회복되면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 셔틀 외교'가 복원되면서 한국과 일본의 반도체 관련 기업 간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반도체 매수 심리를 자극하는 모멘텀이 되고 있다.
신승우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매니저는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적자를 기록했지만, 주가는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펀드, 삼전 집중 매수"개인들이 ETF를 통해 업종 전체에 투자하고 있는 와중,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사들이고 있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삼성전자를 8조742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은 1월(2조2221억원), 2월(1조1057억원), 3월(1조3750억), 4월(3조1364억원) 등 매달 조단위로 삼성전자를 매수하고 있다. 5월에도 2~4일 3일 동안에만 234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특히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거점 외국계 펀드들이 삼성전자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공급망 갈등 사이에서 중장기적으로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외국계 운용사 관계자는 "최근 참여한 싱가포르 대형 투자콘퍼런스에서 한국 시장,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긍정적인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며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펀드 및 기관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성상훈/배성재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