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크라이나 해상 곡물 수출 사실상 차단

입력 2023-05-08 22:28
수정 2023-06-07 00:02


러시아가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사실상 중단시켰다. 러시아는 오는 9일 전승절을 앞두고 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등을 공격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들어오는 선박 등록과 검사를 거절함에 따라 사실상 '곡물 계획'(Grain Initiative)을 중단했다"며 "이 같은 접근은 기존 합의 조항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난 5일 튀르키예와 유엔(UN)의 중재로 흑해 곡물 수출에 투입될 신규 화물선 승인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기존 합의에 따르면 이스탄불에 설치된 '공동조정센터'에서 승인받은 곡물 선박만 흑해를 출입할 수 있다. 러시아는 지난달 유엔에 보낸 서한을 통해 오는 18일까지 수송을 마칠 수 있다고 보장하지 못하는 선박은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오는 18일은 러시아가 주장하는 흑해 곡물 수출 협상 만료 일이다.

우크라이나에 따르면 곡물을 싣기 위해 대기 중인 선박 62척을 포함해 총 90척의 선박이 우크라이나로 입항하기 위해 튀르키예 영해에서 대기 중이다. 러시아가 계속 곡물선 승인을 미루게 되면 이미 승인된 선박의 작업이 종료되면 곡물 수출이 중단될 전망이다.

러시아는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의 곡물 해상 수출을 차단했으나 UN의 중재로 협상을 통해 수출을 허용했고, 지난해 7월부터 두 차례 수출 기한을 연장해 왔다. 지난 3월 협상에서 우크라이나(120일)와 러시아(60일)는 기간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일단 수출을 재개했으나, 러시아가 향후 협상에 응하지 않게 되면 오는 18일 만료된다.

러시아는 UN이 약속한 자국 농업·비료 업계에 대한 제재 해제가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러시아농업은행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사용을 허용하고, 자국산 비료 수출을 위한 암모니아 수송관의 우크라이나 구간 재개통 등 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나치 독일을 상대 승리를 기념하는 오는 9일 전승절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영토를 잇따라 공격했다. 남부 미콜라이우주(州)에선 러시아 장거리 폭격기가 Kh-22 순항미사일 5발을 발사해 건물 한 채와 부지가 파괴됐다. 북동부 하르키우주에서는 S-300 미사일이 발라클리아 시의 한 주차장에 떨어져 최소 5명이 다쳤다고 올레흐 시녜후보우 주지사가 전했다. 수도 키이우에서도 러시아가 이란제 자폭 드론 60대를 동원해 재산과 인명피해를 발생시켰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