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정부 5년간 무너진 질서를 바로잡는 데 지난 1년을 보냈습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당정의 역량을 모아 문제를 풀어나갈 시점입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은 8일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1년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 5년간의 정책 실패를 바로잡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집권 여당으로서 정책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미다. 박 의장이 지난 3월 정책위 의장에 선출된 뒤 주요 일간지와 인터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 의장은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 중 노동 개혁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데, 1차적으로 주력하고 있는 분야가 노동”이라며 “나머지 분야를 소홀히 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역량을 집중해 노동 개혁부터 가시적인 성과와 결과물을 내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당은 지난 2일 노동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기업의 고용 세습 등 불공정 채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공정채용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박 의장은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에 대해 “합의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협상 의지를 내비쳤다. 박 의장은 “‘간호’는 ‘의료’의 한 부분으로 어떤 나라도 의료법과 간호법을 이원 체제로 운영하는 곳은 없다”며 “대통령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청하기 전에 합의점을 찾고 야당과 협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파업 노동자를 상대로 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해서는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법이자 노동 문화를 후퇴시키는 법”이라며 “법안이 통과될 경우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이익을 저해할 것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야당의 ‘직회부 남발’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부담이 커진 데 대해 “(거부권 행사로 인한 여론 부담을) 야당에서 노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물량 공세가 국민에게 피로감을 줄 것”이라며 “(거부권 행사의) 원인 제공자의 책임이 더 큰지, 이를 방어하는 측의 책임이 큰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당내에서는 여당이 지나치게 재정 건전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과정에서 각종 복지가 축소돼 내년 총선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박 의장은 그럼에도 재정 건전성은 포기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국가 재정에는 한도가 있고, 무리한 정책으로 빚을 남기면 미래 세대에 부담을 떠넘기게 된다”며 “정책 하나하나만 보면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몸에 좋은 꿀물도 하루에 수십 잔을 먹으면 독이 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앞으로 1년간도 포퓰리즘과 전쟁을 하게 될 것”이라며 “맞춤형 정책을 통해 지원이 절실한 분야를 챙기면서도 재정 건전성을 놓치지 않는 적정선을 찾는 것이 집권 여당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노경목/고재연/양길성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