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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가 신흥 상품 거래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천연가스와 원유 등 주요 원자재 생산국과 인접한 데다 러시아산 원유를 거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이점을 노린 트레이딩 회사들이 앞다퉈 두바이 지사를 확장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두바이가 주요 에너지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다. 원유를 비롯해 전력, 천연가스 등 선물 대상을 다각화하며 런던에 있던 원자재 거래 기업을 끌어들였다는 평가다.
글로벌 원자재 업체 하트리파트너스는 최근 런던 상품거래소에 있던 트레이딩 센터를 두바이로 이전했다. 런던에 있던 직원을 포함해 20명까지 직원 수를 늘렸다. 전력 거래를 비롯해 천연가스 트레이더도 이주할 방침이다. 프리포인트커머디티도 런던에 있는 인력을 두바이로 이전했다.
블룸버그는 “아직 런던의 ICE 선물거래소가 규모 측면에서 유럽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점점 더 많은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이 두바이로 이전하고 있다”며 “두바이도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혜택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두바이는 2002년부터 원자재 거래소 확장을 위한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자유무역지대를 설치한 뒤 원유 선물과 금 선물 거래소를 도입했다. 두바이에 있는 은행 등 금융회사는 무역 금융을 위한 상품을 대거 쏟아냈다.
설립 초기 두바이는 주요 산유국과 거래 시차가 없다는 점을 내세웠다. 원자재 트레이더들이 꼭두새벽부터 거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이었다. 유럽과 달리 사우디아라비아, 아부다비, 카타르 등 에너지 생산국과 가까운 이점을 활용한 것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두바이 상품거래소가 급성장했다. 서방국가의 제재를 받은 러시아산 원유가 두바이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돼서다. 헐값에 나온 러시아산 원유를 매입하기 위해 원자재 전문 트레이딩 기업이 이전했다는 설명이다.
천연가스 가격과 국제 유가가 치솟으며 두바이의 성장세가 한층 가팔라졌다. 두바이의 세율이 런던에 비해 낮은 수준이어서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이 발 빠르게 지사를 확장했다는 관측이다.
서방국가의 제재를 피하려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도 두바이로 유입됐다. 대부분 러시아 천연자원을 통해 부호가 됐다. 이들을 위한 자산운용업이 발전하면서 헤지펀드도 두바이로 몰려들었다. 무역 금융을 위한 대출 상품을 비롯해 원자재 관련 파생상품이 두바이에서 연달아 출시됐다.
영국의 원자재 중개업체 마렉스그룹의 이안 로윗 최고경영자(CEO)는 “거래 업체 대부분이 두바이 지사 개설을 검토하고 있다”며 “대형 원자재 업체들이 두바이로 옮겨가면서 거래 회사와 금융회사 등이 연쇄 이동하고 있다. 두바이가 앞으로 더 중요한 상품 거래 시장이 될 요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