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칼로리 열풍' 숨은 주역 대평

입력 2023-05-08 17:56
수정 2023-05-09 00:35
‘효소처리 스테비아.’ 눈썰미 있는 소비자라면 ‘제로슈거 소주’ 성분표에 적힌 이 단어를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이 제품은 설탕이나 합성감미료 대신 효소처리 스테비아로 단맛을 냈다는 표시다. 쌍떡잎식물인 스테비아에는 단맛과 쓴맛이 공존한다. 파우더 형태로 추출한 스테비아에 효소를 넣으면 단맛이 극대화된다. 이렇게 탄생한 효소처리 스테비아는 천연감미료로 통한다.

천연 식품첨가물 제조기업 대평은 효소처리 스테비아를 앞세워 전 세계 ‘제로 칼로리’ 시장을 휩쓸고 있다. 지난 4일 경기 성남시 본사에서 만난 김동주 대평 대표(사진)는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제로 칼로리 식품을 찾는 붐이 불고 있어서 수출이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평의 효소처리 스테비아는 약 50개국에 진출했다. 제로 칼로리 음료, 그중에서도 고급화를 추구하는 상품에는 대평의 제품이 들어간다. 코카콜라음료, 펩시코, 네슬레 등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롯데칠성과 하이트진로 등이 주요 고객이다.

대평은 1993년 김 대표의 부친 김경재 회장이 창업했다. 태평양화학(현 아모레퍼시픽) 연구원이던 김 회장은 천연감미료 시장의 성장을 예견하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다니던 김 대표는 2013년 대평에 합류했다.

중국산 합성 감미료의 저가 공세 탓에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자 김 대표가 발로 뛰며 판로를 확보했다. 그는 “대표이지만 해외 영업 부문은 실무자처럼 뛰고 있다”며 “지금도 연간 3분의 1은 해외 출장으로 보낸다”고 밝혔다.

대평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7% 늘어난 72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7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수출액은 2000만달러를 넘겼다.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해외 영업으로 거뒀다.

김 대표는 “효소처리 스테비아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화장품, 의약품원료 등으로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북미 유럽 중남미 등에서 효소처리 스테비아 시장 점유율을 높인 점을 인정받아 최근 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선정한 ‘제145회 한국을 빛낸 무역인상’을 수상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