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해외에서 대규모 동박 공급 계약을 수주했다. 일진그룹을 떠나 롯데그룹에 인수된 뒤 일궈낸 첫 성과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차전지용 동박을 올해부터 2033년 5월까지 10년간 해외 기업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공시했다. 회사 측은 공급사 비밀 유지 협약으로 해당 기업과 계약금액을 공개하지 않았다. 동박은 10㎛(1㎛=100만분의 1m) 이하의 얇은 구리로, 2차전지를 만들 때 핵심 소재로 쓰인다.
회사 관계자는 “관련 내용이 공개될 경우 계약이 취소될 수 있다”며 “계약 금액이나 조건은 유보 사유 해제 시 또는 유보 기간 경과 시 정정공시를 통해 밝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동박이 미국 테슬라나 현지 배터리 생산법인에 공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최근 테슬라가 글로벌 공급망 확보 차원에서 SK넥실리스 등 한국 2차전지 소재 기업을 대상으로 공급 계약을 저울질하고 있다”며 “여러 국내 기업과 접촉 중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SKC 자회사인 SK넥실리스는 세계 1위 동박 제조기업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수주 금액은 상당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이날 이 회사의 의무공시는 유가증권시장 공시 규정에 따라 대기업집단의 경우 지난해 매출의 2.5%를 초과하면 하도록 돼 있는 것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7300억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의무 규정(2.5%)을 감안하면 수백억원에 그치지만, 계약기간(10년)과 의무공시 규정이 최소 금액이라는 점에서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공급 물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10년 계약이면 규모가 1조원 안팎에 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재후/김형규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