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날인 지난 1일, 고용노동부 천안고용노동지청 소속 근로감독관 A씨가 아산의 한 주차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입사 1년이 채 안 된 A씨는 업무처리 중 발생한 일에 대해 민원인으로부터 지속적인 항의를 받으면서 심적 부담을 느껴왔다고 한다. 천안지청은 해당 건이 경미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A씨에게 징계 대신 ‘주의촉구 처분’을 내렸지만, 민원인은 A씨를 비롯해 담당 과장, 지청장 등 상급자까지 함께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A씨는 동료들에게 따로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겼다.
지난달에는 경기 구리시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인 응대 업무를 하던 신입 공무원 B씨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B씨는 악성 민원인을 상대하면서 심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원들이 민원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고용부 근로감독관 등 현장에서 민원인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공무원의 심적 고통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고용부에서는 2017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가 발생했다. 대부분 7~9급의 하위직 공무원이었다. 임주영 고용부 직장인협의회 의장은 지난 2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우리가 민원인의 불만을 받아내는 하수구인가 싶다”고 토로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폭언·폭행·성희롱 등 민원인의 위법행위는 2019년 3만8000건에서 2020년 4만6000건, 2021년 5만2000건을 기록하는 등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공무원들은 악성 민원인으로부터의 보호 조치가 열악하기 그지없다고 호소한다. 앙심을 품은 민원인에게 피소되는 등 괴롭힘을 당해도 마땅한 방어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소송비를 일부 지원해준다지만, 지난한 과정에서 겪을 심적 고통은 오로지 공무원 개인의 몫이다. 민원처리법에는 ‘행정기관의 장은 (악성 민원으로부터) 민원 처리 담당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유명무실하다는 게 공무원들의 지적이다.
국민이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것처럼, 공무원도 민원인으로부터 인격체이자 공무 집행자로서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공무원들의 자존감이 바닥을 치면 행정 서비스 악화로 국민에게 되돌아올 우려도 있다. 민원처리법상 공무원 보호 조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정부가 나설 때다.